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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교회,귀한 목자]한국교회, 그래도 희망 있다!➀강원도 홍천 동면감리교회 박순웅 목사
윤재석 방송인  |  blest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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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11  07: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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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교회, 귀한 목자] 한국교회, 그래도 희망 있다! ➀

농촌교회 자립 선봉 - 강원도 홍천 동면감리교회 박순웅 목사 
▼윤재석 방송인 blest01@hanmail.net 

개신교계가 뒤숭숭하다. 일부 대형교회가 사회의 본(本)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사회를 정화하기보다 오염시키는 적폐(積弊)를 쌓아온 게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교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는 거다. 더하여 ‘문제적 교회’ 또한 스스로 날린 부메랑의 되먹임(feedback)으로 망가지거나 무너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비록 교인수가 적고 예배당은 초라해도 뜨겁게 기도하는 성도와 열과 성을 다해 양을 먹이는 목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 1회,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소리 없이 복음 전파와 소외 계층 구제, 자립 운동에 진력하는 귀한 목자를 찾아 간다.

   
 

농촌교회 자립의 선봉
 - 강원도 홍천 동면감리교회 박순웅 목사.

필자가 이 교회를 알게 된 건 작년 6월 초였다. 막내가 신병훈련을 마치고 강원도 홍천에 있는 육군부대에 배치됐다. 아이를 면회한 후 데리고 나와 1박 2일 홍천에서 머물렀다.

마침 홍천 읍내에서 철강을 취급하는 오랜 친구가 공작산 수타사 입구에 살고 있어 숙식은 그 집에서 해결했다. 친구 와이프는 나와 중학(남녀공학) 동창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친구한테 물었다.

“낼 주일 예배 볼 적당한 교회가 근처에 있나?”

참고로 친구네는 가톨릭이다. 친구는 미대 출신 조각가 사모가 섬기는 교회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친구네 집에도 쇳조각을 용접으로 녹여 입체화한 십자고상(十字苦像) 몇 점이 장식돼 있었다. 사모로부터 선물 받은 거란다.

중고생 6명, 백발 할배 반주자로 구성된 찬양대

다음날 11시, 네 식구가 동면 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교회에 갔다. 강원도에 흔한 감리교회. 주일 낮 예배 회중은 대략 50여 명. 여중생 5명과 남고생 1명으로 구성된 찬양대와 백발 할아버지 반주자가 눈에 띄었다. 작은 교회라 할지라도 필요한 섬김이들이 채워져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았다.

그날 설교 제목은 ‘은총의 물’이었다. 설교자는 “태초에 하나님께서 에덴의 4강물을 흘려보내셨다고 말문을 연 뒤,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고, 바닷물이 전체의 97.3%, 남•북극이 2%, 나머지 0.7%의 일부를 인류가 사용하는데 인류로 인해 물이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 발자국’이라는 게 있는데 햄버거 1조각 만드는데 물 2,500 리터가, 쌀 한 톨 재배하는데도 2,500 리터가 들어간다며 인류의 물 낭비를 지적했다.

그는 환경주일을 앞두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올라가 벼 심기 체험교육을 하면서, 벼가 뛰어난 정수기라는 것과 벼 한 포기가 자라면서 내뿜는 산소가 나무 한 그루와 같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도 소개했다.

텍스트는 공동번역성서
예배 형식은 특이했다. 우선,  텍스트가 공동번역 성서였다. 1977년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번역본을 완성하였으나 후에 개신교에서 채택을 거부한 바로 그 버전이었다. 성공회를 제외하고 개신교에선 쓰지 않는 텍스트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새롭기도 했다.

다음, 말씀이 세 종류였다. 먼저 구약의 에스겔서(47:1-12), 복음서의 마태복음(25:37-40), 그리고 서신서의 갈라디아서(2:16-21)를 차례로 봉독했다. 구약이 거대 담론에 관한 대주제라면, 복음서와 서신서는 각기 개인에게 주는 소주제인 셈.

예배 시간에 고백하는 사도신경도 이날만은 환경선교주일임을 기념해 ‘우리는 만물의 창조주이며 섭리자이신 하나님을 믿으며’로 시작하는 ‘자연신경’으로 대체했다.

이날 예배에선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예배 말미에 성찬식을 가졌는데, 분병(分餠) 때 보니 떡은 눈알 사탕만한 주먹밥이었다. 주먹밥과 포도주의 조합,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날 나를 마지막으로 감동시킨 것은 ‘2013년 5월 회계보고서’였다. 교회 재정부장 명의로 배포된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그 교회의 한 달 헌금은 600여만 원. 교회부지 토목비로 150만 원, 인건비, 관리비 등으로 250여만 원, 목회비 40만 원, 미자립교회 지원금 25만 원.

예배가 끝나고 흰 광목옷을 입은 목회자와 잠시 만났다. 수더분한 시골 목회자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두꺼운 안경 너머로 영성이나 학문의 내공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외박 나온 아이의 일정 때문에 점심 식사 권유를 사양하고 교회를 나왔지만 두고두고 여운이 남았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가 설파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금언에 꼭 들어맞는 교회였다.

그런데, 작년 7월 12일자 중앙일보를 보다가 18면(문화면) 톱 “건강한 먹거리 … 그 속에서 빛을 보았죠” 제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성직자들의 삶을 탐방하는 「영성 2.0」 시리즈 14편으로 이날 주인공은 강원도 홍천 동면교회 박순웅(52) 목사였다. 사람 키를 훌쩍 넘은 옥수수 밭을 배경으로 경운기 앞에서 밀짚모자 쓴 농사꾼 차림으로 선 이는 우리 가족이 한 달 전 (6월 2일) 낮 예배를 드렸던 바로 그 교회의 담임목사였다.

그때 박 목사와 깊은 얘길 나눌 겨를이 없이 떠나는 바람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기사를 보고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최후의 만찬엔 비료, 농약 친 음식 안 올랐을 것”
우선 그는 ‘농사꾼 목사’였다. 목회를 하는 동시에 교회 주변의 밭 2,800평을 빌려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한편, 서울을 자주 방문하는데 이는 감자•옥수수 등 유기농법으로 키운 작물을 한 달에 두어 차례 서울 아현감리교회 부속건물 1층에 있는 농도(農都)생활협동조합 매장에 납품하기 위해서, 또 각급 학교나 단체에서 유기농 강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취재기자가 농촌교회를 택한 이유와 유기농 농사를 짓게 된 경위를 물었다. 그는 자신이 감리교신학대학 다닐 때 정원이 크게 늘어 도시가 포화상태가 되는 바람에 농촌으로 왔으며, 농약을 쓰는 농사는 애초부터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에서 농사에도 영성이 있어야겠다 싶었다. 투박해도 퇴비와 미생물로만 생산한 먹거리에 건강한 생명력이 깃들지 않을까. 인공을 가미해 보기 좋고 탐스런 음식이 예수님 최후의 만찬 식탁에 오르지는 않았을 거다.”

농사꾼에 ‘농도(農道)생협’ 이사장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농사는 판로가 관건인데, 농촌생활 초창기 박 목사는 도시교회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설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했단다. 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직거래 장터에 한계를 느껴 1999년 뜻 맞는 목회자들과 함께 농도(農道)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농촌교회의 농사꾼 교인이 생산한 안전한 먹거리를 도시교회의 신자들이 구입해 건강과 소득 의 두 마리토끼를 한 번에 잡자는 취지다. 현재 농촌과 도시의 10여 개 교회, 800여 명의 교인이 조합원이고 박 목사는 이 생협의 이사장이다.

박 목사의 1년 사례비는 1,500만 원. 거기에 농사 수익 1,000만 원, 사모가 예배당용 십자가를 제작해 버는 돈이 1,0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도시 목회자라면, 빠듯하겠지만, 농촌 목회자로선 그런대로 견딜 만한 액수이지 싶다.

“농촌교회 자립, 어렵지 않아요!”
박 목사는 농촌교회 목회자들이 교인들만 바라보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나처럼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으라는 게 아니다. 작은 텃밭이라도 일궈 거기서 난 소출을 주변과 나눠보라. 종교의 본질이 뭔가? 우리 마을에 이런 목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 아니겠나?”

지난번 예배 후 만났을 때, 소탈한 풍모 속에서도 두꺼운 안경너머로 뭔가 형형(熒熒)한 분위기를 풍긴 건 그 때문이었나 보다. 글을 쓰기 위해 전화를 넣었다.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의 박 목사는 필자가 전화한 이유를 듣더니 껄껄 웃으며 말했다.

“뭐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게라도 농촌 목회 자립 노력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죠. 일간 한번 내려오세요.”

시골교회 목회하랴, 빌린 땅에서 농사지으랴, 생협 관리하랴 1인 3역을 해내고 있는 그는 분명 분주하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오늘 우리나라 농촌교회 목회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아 반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유기농은 박 목사의 말처럼 창조의 본질, 종교의 본질과 일치하는 담론이기도 하지 않은가!

앞으로 박 목사에겐 한 가지 미션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바로 농촌교회 성도와 목회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는 작업 말이다. 혹시 아는가! 그가 좀 더 분주해짐으로써 피폐해 가는 농촌과 농촌교회가 살지고, 도시성도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지….

 <출석하시는 교회, 또는 주변에 ‘귀한 교회, 귀한 목자’ 시리즈에 적합한 사례가 있다면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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