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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함께 하는 부활절 이야기오산 다솜교회, 장창원-오영미 목사
오영미 목사  |  osdas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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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9  23: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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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과 함께 하는 부활절 이야기

오영미 목사 / 오산 다솜교회

우리 동네에는 자신을 ‘김 집사’라고 우기는 김귀ㅇ 님이 살고 있다. 나랑 만난 지는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ㅇㅇ이 아버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값싼 여인숙을 이용하다가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고 삼촌이라고 불렀다. 중키에 조금 뚱뚱한 편이라 몸집은 좀 있다. 힘도 좋고 모르는 일 빼놓고는 집을 고치는 웬만한 일은 다 할 줄 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늘 아파서 누워 지냈으며 아버지가 식당일을 해서 자녀들을 키웠다고 했다. 어려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부족하여 아마 지능도 경계선에 있는 것 같다. 받침 없는 글자나 자신의 이름은 알지만 글은 잘 모른다.

다른 형제들은 잘 못했을 때 아버지가 가차 없이 혼냈지만 자신은 잘 혼내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좀 부족한 아들에게 아버지는 늘 관대하게 대한 것 같다. 귀ㅇ 님은 깍두기도 김치도 잘 담근다. 삼계탕도 잘 끓인다. 된장찌개도 잘 끓인다. 남자 혼자 살면 청소를 잘 안 해서 지저분하기 일쑤인데 귀ㅇ 님은 항상 깨끗하다. 일하고 들어오면 늘 샤워를 하고 이불도 하얗게 세탁해서 깨끗하다. 옷이나 물건에 대해 욕심을 조금 부리지만 필요 이상 욕심 부리지는 않는다. 필요 없는 물건은 다 내 놓는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나는 귀ㅇ 님을 볼 때마다 고단한 가운데도 잘 길러준 그의 아버지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음의 상처 없이 행복한 경험을 하도록 한 것 같다. 생활습관을 잘 길러 준 것 같다. 반찬과 음식을 손수 만들어 때를 늘 찾아 먹고 항상 쓸고 닦고 나가서 일하고 들어오면 씻고 빨래하고 그 모든 생활을 부지런히 하도록 교육시킨 그 아버지를 칭찬 드리고 싶다. 귀ㅇ 님이 나타나면 그 공간이 즐겁고 밝다. 인간 친화적이다. 얼마나 성격이 좋은지 갑자기 나한테도 '누님, 매형은?' 하고 묻는다. 누구에게든 누나라고 부르다가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모라고 부르다가 어머니라고 부르다가 고모라고 부른다.

2007년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할 때 매달 월급을 받아 적금을 넣도록 권했었다. 월급이 70만원 할 때였다. 200만원 보증금에 월세 10만 원짜리 방이 나와서 그 방을 얻으라고 했더니 어디서 50만 원짜리 보증금에 월세 15만 원짜리 방이 나온 정보를 가지고 와서 ‘왜 더 싼 방을 얻어야지, 비싼 방을 얻으라고 하냐?’면서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땡깡을 놓았다. 귀ㅇ 님 생각에는 50만 원 보증금이 더 싼데 왜 200만 원짜리 보증금 방을 얻으라고 하냐는 거였다. 보증금보다 월세가 더 싼 방을 얻는 것이 낫다고 설득을 했지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으이그,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킬까 난감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더 똑똑하냐? 귀ㅇ 님이 더 똑똑하냐고 질문을 했다. 귀ㅇ 님은 내가 더 똑똑하다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설명했다. 보증금은 50만 원보다 200만 원이 더 많지만 그것은 나중에 다 돌려받는 거고 월세가 더 싼 쪽이 방세가 더 싼 거라고 다시 설명을 했다. 내 말을 믿으라는 거였다. 귀ㅇ 님은 내 말대로 월세가 더 싼 쪽을 택했다. 귀ㅇ 님은 마음이 깨끗하다. 누가 더 똑똑하냐고 묻는 나더러 자기보다 더 똑똑하다고 대답했다. 조금 똑똑한 사람들 같으면 용납 못할 에피소드다.

가끔 교회도 나오고 놀러도 오고 공공근로를 신청할 땐 써달라고 오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잘 나타나지 않았다. 왜 안 오는지 짐작이 갔다. ‘사고’를 치고 있는 중이라 감히 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굳이 아는 척하기 민망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김장철이 되어 김치가 필요하겠다 싶을 때 그리고 명절이 되어 좀 아쉬울 거다 싶을 때 내 쪽에서 아는 척해서 해결한 다음에는 또 모르는 척 지냈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갑자기 나타났다. 다시 예전처럼 친한 척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교회 자동차도 깨끗이 닦아놓고 녹색가게 청소도 해 놓고 교회에 꽃도 심겠다고 한다.

갑자기 나타나서 청소하고 세차하고 뭘 돕겠다고 하는 귀ㅇ 님이 불안하다. 또 뭔 사고를 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내일 부활절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무엇으로 말해야 하나? 귀ㅇ 님에게 예수님의 부활은 무엇이라고 말해야 하나? 어둠이 짙어도, 비록 지금 겨울이어도, 지금 슬프고 고생 가운데 있어도 그걸 뛰어넘어서, 죽음을 넘어 부활이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미 부활을 살고 있는 귀ㅇ 님에게 지금 부활이 우리 가운데 있다고 굳이 말해야 하나? 그런 귀ㅇ 님은 늘 슬픔이 없다. 무지하게 행복하지는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다.

   
맨 왼쪽 뒤-앞: 장창원 목사, 오영미 목사 부부 / 뒷 줄 가운데: 본보 편집인 유재무 목사

오영미 목사와 부군 장창원 목사는 항상 진실하고 꾸밈없이 현장의 민중과 함께 하는 목회자들이다. 때떄로 계산적이고 이기적이기도 한 가난한 이웃들이나 이주민 노동자들, 그리고 놀랍도록 뻔뻔한 주변 사람에게서보다, 오히려 기존 교회들과 자원봉사 차 방문하는 교인들로부터 종종 더욱 황당한 일들을 겪는다. "우리는 교회나 교인들보다 봉사를 자원해 주는 일반 사회인들이나 이웃 주민분들과 더 친해요!" 이제는 거의 달인이 되어 보이는 그 속 깊은 심정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기사를 작성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먹먹해지도록 만드는 이 분들의 현장과 같은 '갈릴리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얼마나 많을지. 실로 알량하기 짝이 없는 몇 줄의 글로 더 이상 무엇을 표현하고 전한다는 것이 왜 이리도 모자라기만 한 것인지.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진솔한 글의 행간마다 배어있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도저히 다 전할 수 없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양해를 구해 기사로 송고해 본다.

그리고 또한 <전국에 흩어진 현장에서 묵묵히 우리의 '갈릴리 주님'을 따르기를 갈망하며 살고 있는 분들>의 꾸밈 없는 현장 이야기들을 간곡히 기대한다. 작고도 가난하지만 자부심과 보람으로 가득찬 우리들의 그러한 이야기들이 부끄러움을 이기고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 교단 갱신의 매우 중요한 첫걸음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 이 진 기자(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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