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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헌법과 국민 위에 있는가?
정병진 객원기자  |  naz77@hanm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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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9  11: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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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헌법과 국민 위에 있는가?

대법, 법률 어기며 대선무효소송 재판 여태 미뤄

  대법원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그 기초로 한다. 이는 3.1운동을 계승한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대한민국임시헌장(1919년) 제1조에서 처음 천명한 이래 변함이 없다. 민주공화국이란 최고 권력이 ‘국민’에게 있고 그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아 세운 자들이 운영하는 나라라는 의미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대통령, 장관, 대법관을 비롯해 그 누구라 할지라도 주권자인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되는 나라다. 이 사실은 ‘최고의 법률’인 헌법의 핵심 이념이다.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대법관들이 버젓이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있다. 2013년 1월 4일, 시민 2천 명이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2013수18)를 대법원에 규정 기일을 지켜 제기하였다. 처음의 소장을 살펴보면 원고들이 대선 무효 사유로 내세운 핵심 쟁점은 선관위의 불법적인 전자개표기 사용(공직선거법 278조와 부칙5조 위반)과 수개표 누락 사실이다. 하지만 원고들은 박 훈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워 2013년 9월 11일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추가) 변경”을 하였다. 여기에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선거 개입,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개입, 국정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북방한계선 포기 거론’을 통한 허위 사실 유포 등의 쟁점이 추가되었다.

공직선거법 225조(소송등의 처리)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송에 있어서는 수소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 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관들이 이 법규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소송의 처리 법정 시한인 2013년 7월 2일까지 한 차례도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원고의 변론기일 지정과 독촉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두 달여를 훌쩍 넘긴 처음으로 9월 26일을 변론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측에서 변론 기일 변경 요청을 하자 이를 받아들여 기일을 무기한 연기하였다.

재판이 한정 없이 열리지 않자 원고들은 2013년 12월 31일 ‘원고승소 결정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2014년 2월 11일에는 ‘재판 독촉 신청서’도 냈다. 원고들의 탄원도 이어졌다. 웬일인지 재판부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대표원고인 한영수, 김필원 씨는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을 준비하고자 ‘18대 대선부정선거백서’를 펴내 선관위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됐다(2013년 3월 13일). 당시 법무부 장관 황교안은 ‘18대 대선부정선거백서’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여 책의 유통을 막았다.

  강동원 의원  

 한편 강동원 의원(새정련, 남원․순창)이 2014년 11월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에게 “대선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된 지 23개월이나 지나도록 왜 심리를 하지 않는지” 강력히 추궁하였다. 이에 박 처장은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판결이 나왔으니 선거 무효소송에 대한 심리를 할 단계가 됐다”며 곧 심리를 개시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2015년 9월 5일 현재, 대법원은 18대 대선선거무효 소송 재판에 대한 변론 기일조차 잡지 않은 상태다.

한나라당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패하자 12월 26일 ‘당선무효소송’(2002수12)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법은 2003년 1월 15일 첫 변론을 속행하였다. 원고의 투표지 재검증 신청도 받아들여 27일에는 전국 80개 투표구의 투표지(1104만 9311장)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816표가 줄고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불과 88표 늘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재검표였지만 당락을 뒤집을만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후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자 한나라당은 2월 8일 소송을 취하하였다.

한나라당과 별개로 시민 이기권 씨는 2003년 1월 18일, 16대 대선 선거무효소송을 접수하였다(2003수26). 이 사건에 대해 대법은 9월 22일 첫 변론을 속행하였다. 피고측이 9월 18일 증인신문 연기신청서를 냈음에도 변론을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차례의 변론을 더 진행한 다음, 2004년 5월 31일에 최종 ‘기각’을 선고하였다.

  대법원  

17대 대선은 여야 후보 간의 격차가 너무 커 당선무효소송과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된 바 없다. 따라서 18대 대선 선거무효소송 진행 상황은 16대 대선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16대 대선 선거무효소송은 한 시민이 제기하였고 18대의 경우는 시민 2천 명이 원고로 참여한 소송이다. 실제 원고는 1만 여 명에 달하지만 재판부가 원고 수를 2천 명으로 제한하여 수가 줄었다. 원고 수만 놓고 보더라도 16대의 선거무효소송과 18대는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더욱이 16대의 선거무효소송은 한나라당의 당선무효소송에 따른 재검표와 소송 취하가 끝난 다음 변론이 열려 이미 결론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

16대 대선 직후 제기된 당선무효소송과 선거무효소송에 대해 대법은 겨우 20일, 혹은 8개월 만에 변론을 열어 재판을 진행하였다. 반면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에 대해서는 아예 변론 기일조차 잡지 않은 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재판부는 현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다 마치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정권 말기에 이르러 재판을 열고는 “이제 판결해봐야 실익이 없으므로 종결한다.”는 결정을 하려는 수순 같다.

대법이 국민들의 정당한 선거무효소송 재판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지연하는 행태는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 보기에 여념 없는 한낱 정치기관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의결기관이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이다. 대법은 국민들의 이런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사건에 우선하여” 대선 선거무효소송 재판부터 속행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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