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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목회자들의 정치(정당)참여 비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정치가 격동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교회와 성직자들이 구설수다. 지난 몇 번의 총선과정에서 일부 정치지향적인 지도자들이 기독교인을 기반으로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여 득표율로 구성되는 비례대표로라도 의회에 진출하려는 의욕을 보였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는 기독교인도 기독당을 찍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는 기독교적 가치와 문화가 기반인 서구와 달리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만의 현상으로 특정 종교를 이용한 정당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쉽지 않고 그나마 잠잠한 종교간 분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민심의 반영이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목사들이 정치참여를 한 경우가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정치 참여라고 비판받은 영역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산업선교나 인권운동, 7-80년 민주화운동에서의 참여를 왜곡한 것이다. 기독교의 진보운동들은 87년 대선과정에서는 단일화(김영삼), 비판적지지(김대중), 독자후보(백기완) 지지로 분열했다.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씨가 차례로 집권하자 그 권력에 승차하여 양지로 나갔다.
그 후 7-80년대 시민사회운동의 맏형이고 든든한 중심을 잡아주었던 기독교 진보운동의 명망가들은 정당과 정치권 인사들의 뒷바라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 기독교 진보운동의 큰 폐해로 보인다. 그 후 시민사회운동은 경실련과 참여연대, 기윤실 등으로 전선이 넓어진 측면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측근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라인으로 국정을 농단케 하고 집권당의 동조로 결국 탄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박근혜의 집권에 일조하고도 그 권력의 향유에서 소외된 이들이 당내 권력투쟁과정에서 여의치 않자 탈당을 하게 된다.
온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가운데 집권당의 지분을 확보하고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하려는 이들은 우리 교단의 인명진 목사(당진)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다. 같은 충청도 출신 당 대표 정우택(청주)과 전 대표 정진석(청양)의 합작품으로 같은 동향(음성)인 반기문을 영입하여 이번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인명진 목사의 정치행보는 이미 10년 전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윤리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인 목사는 이미 87년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감각과 아이디어, 평론 등으로 30년 간 시민사회영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당시 인 목사는 저승사자가 되어 개혁을 시도했지만 끝내는 당내 저항으로 결국 내쳐진다.
그 후 당은 절대로 외부인사에게 윤리위원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으로 윤리위를 당내 인사로 꾸려왔다. 목사를 불러서 모양만 낼줄 알았는데 큰 일을 벌린 것이다. 당시 윤리위원장의 역할은 정치인 대리전을 치른 것이다. 결국 정당의 정치적 이해를 실현하기 위하여 목사를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인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인데 목적은 친박을 쳐내고 기타 특정세력이 당을 장악하자는 것이다. 즉 충청권 대망론의 실현을 위한 뒤치다꺼리를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핵 이후 대선에서 일정 역할들을 하고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조짐은 최근 인 목사의 충남 아산의 현충사 방문과도 관계가 있다. 충청권이 단결해서 뭔가를 해보자는 싸인이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반기문을 영입하든 하지 않든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하여 지난 날의 JP처럼 지역당으로 남아 정치적 지분으로 향후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세속 정치란 냉혹한 것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것이고 자신의 동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적과 대척점에 있는 세력들과 동맹을 맺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것이다(적의 적은 동지). 그래서 정치란 필요하지만 혐오를 받는 것이다. 정치란 나은 것이 아닌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말로는 보수의 추구, 보수의 건설과 애국이라고 하지만 정치는 일정한 거래이다. 그래서 인 목사는 아직 3년이나 남은 당의 공천권을 달라는 말을 했다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왜 인명진 목사인가? 우선은 그의 이미지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식상한 보수 세력들에게 보여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동맹을 허락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치적 거래가 있는 것이니 이런저런 소리를 들어도 마이웨이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갖고 싶어한다. 그래서 때로는 사회적으로 저명하거나 유명 연예인을 채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신교라는 이미지를 얻고 싶어 한다. 인 목사가 개신교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새누리당의 골수분자들은 인명진을 아직도 사드 반대, 개성공단 재개 등을 주장한 가짜보수라고 공격을 하는 데 그것은 사실이다. 인 목사는 비대위원장으로 가기 전 이미 박근해 탄핵에도 찬성한 바 있다. 그것이 인 목사의 인식이고 철학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보수 노릇을 하는 것은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충청권은 한국 현대사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을 내지 못한 곳이다. 그래서 JP, 이회창, 이인제가 실패한 권력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반기문을 영입하고 그 교두보를 놓자는 것이 큰 그림이다.
온 국민은 박근혜와 함께 집권당인 새누리가 이 모든 실책과 책임을 지고 없어져야할 당이라고 하는데도 이 혼란 속에서도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잡아 보려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극심한 내분을 앓다가 서로가 선명한 야당이라며 분당을 했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민주당은 비상 체제로 박근혜의 경제 교사였던 김종인을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여 선거에서 그 성과를 낸다. 그리고 자기 사람들을 전국구 의원으로 추천하고 당내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다. 분란 속에서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이 어차피 정치인 것이기에 탓할 일만은 아니다.
인명진 목사는 얼마 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하고 이영훈 목사와 대화를 나눴다. 평소 같으면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를 볼 일이 없는 분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당의 대표로 소속된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 뛰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정치쇼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보수기독교를 우군으로 삼아보자는 뜻이다. 이래서 정치란 목사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그런 비판에 대하여 섭섭해 할 필요도 없다.
새누리당은 역사적인 국정파탄의 책임과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죄로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하고 해산해야 마땅한 당인데 거기를 개혁적인 활동을 하던 목회자가 들어가서 살리려고 하는 이런 일에 대하여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그 개인이 쌓아온 이미지와 성직자로서의 덕망을 잃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성 정치와 종교와의 야합으로 보게 되고 결국 기독교를 더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난장판에 목회자를 이용하여 집안 청소를 하고 세력을 잡으려는 이들이나 가서 그런 일을 자처하는 일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은 자명하다. 목사가 구태 정치의 원조 보수를 개혁한다는 것은 사실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들이 그렇게 녹녹한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사에게 진짜 자리를 내어 줄 리가 없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이영훈 목사를 만난 인 목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원한다면 비대위원장을 할 용의도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새누리당을 살리자는 일에 인명진 목사만이 아니라 과거 방식과 다르게 도에 넘치는 일을 하는 분이 또 한 분 있다. 바로 인명진 목사와 막역하고 새누리당에서조차 기피 인물인 서경석 목사인데 새누리 당원으로 가입을 하고 100만 당원확보 운동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목사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줄을 서고 이득을 보려는 이들은 부지기수이다.
서경석 목사의 행보는 사실 논할 가치도 없다. 이 글은 진보든 보수든 정당 밖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뭐라고는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의 강화와 개혁을 위하여 현직 목사들이 버젓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 동안의 교회 정서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 비판과 논평은 자유이지만 정당원이 되고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하여 복무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목사직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버리는 것이다. 다니던 좋은 직장이나 사회적 지위라도 버리는 일이다. 그러니 목사직 이외의 것이 좋고 정치가 좋고 그것이 자신에게 맞고 또 그것을 하고 싶다면 목사직을 그만 두고 해야 할 것이다. 목사도 하면서 또 하고 싶은 것도 놓기 싫은 심정은 이해가 가나 그것은 안 된다. 이런 정당 활동은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다.
또 최근 불거진 조기 대통령선거 때문에 대권 후보경쟁이 가열되고 후보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특히 처신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대선행동' 에서도 특정 후보나 정당이 아닌 정책를 검증하고 공명한 선거와 투표개표를 감시하는 역할로 그 활동을 한정짓고 있다. 이것은 공익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고 격려해 줄 수는 있지만 선거운동까지 해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목사들은 설교만 아니라 평소의 언행에서도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성경적인 원리와 신앙적 차원에서 원칙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들에게 줄을 서는 식의 구태적 정치 행보는 한편의 교인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실망을 주게 된다.
목회자는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데 앞장서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은 임기가 있고 정당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기에 그렇다. 그들의 임기가 끝나고 도전에 실패하면 어떤 처신을 하게 될 것인가? 신앙인이요 교회의 지도자라면 모든 일을 심사숙고하고 멀리 보고 가야 한다. 목전의 이익에 매몰 되면 소탐대실 할 수가 있다.
목회자가 지역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발언을 하고 참여해야 한다면 사회적 약자나 억압받는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성경적인 분명한 근거들이 있다. 고난의 현장과 자리에서 어려운 이들의 친구가 되는 것은 몰라도 정파적 이해와 특정 정당의 이익을 구하고 취하는 자리에 복무한다는 것은 목회자로서의 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당과 후보에 투표하고, 정책을 제시하고 중립적인 시민운동의 자리에 서는 것은 모르나 직접적인 활동이나 정치인을 지원하고 앞장 서는 것은 조심해야 하고 주의해야 한다. 이번에 목회자들의 정치와 정당 참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지금이라도 목사직을 사임하지 않으면 은퇴한 교회나 교단, 선후배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