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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6  1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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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습, 상식에서 생각하자

[예장뉴스]가 우리교단 총회와 노회, 교회를 배경으로 하여 한국기독교 전반에 대한 소식을 모두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관점으로 공론화가 필요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하여 나름 최선을 다 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회법에 피소가 되어 재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예장뉴스]를 사랑하고 후원하고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하여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독자들의 알권리와 공인들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교단의 핫이슈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왔다. 그리고 일정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영남신학대학 사건과 예수병원 사태, 그리고 명성교회 등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기획기사도 필요하지만 독자들의 투고도 환영하고 있다.  이번에  2013년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서 나이영 부장이 발표한 원고를 소개한다.  

   
* 세습 진행중인 교회

 
나이영 (현 강원CBS 본부장)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이 언제부터 유행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교회 세습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시점은 지난 1997년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줄 때부터로 기억한다. 그리고 2000년 광림교회가 김선도 목사의 아들 김정석 목사를 담임목사 후임자로 선정하면서부터 교계 내에서 교회 세습에 대한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당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마련했던 교회 세습 관련 공청회가 광림교회 신도들로 인해 무산됐던 경험과 2001년 3월 김정석 목사가 담임목사로 취임할 때 이에 반대하는 신도들과 기윤실 등 교계 단체 회원들이 광림교회 길 건너편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던 일 등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로부터 10여년. 대형교회를 중심한 담임목사직 세습에 제동이 풀리면서 교회 세습은 이제 일반화되다시피 확산되고 있다. 1998년 금란교회가 아들 김정민 목사를 담임목사에 앉혔고, 인천 숭의교회와 부평교회, 주안감리교회, 부천 기둥교회, 베다니교회, 임마누엘교회 같은 대형교회들이 세습을 이어갔다. 아들 목사에게 대규모 분립개척을 마련해준 소망교회의 변칙 세습이나 최근 교회 통합형식을 빌리려다 정공법으로 세습을 단행한 왕성교회 사례도 유명하다. 목사의 권한이 장로교회보다 상대적으로 큰 감리교회에서 교회 세습이 더 많이 이뤄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교회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세습 방법도 다양해졌다. 가까운 목회자 간의 교차세습, 교차세습의 범위가 확대되면 다자간 세습, 아들이 아니라 사위에게 물려주는 사위세습, 가까운 목사를 거쳤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일명 쿠션세습, 분립개척으로 재산과 신도들을 물려주는 변칙세습, 아들이 목회하는 교회와 통합하는 방식의 통합세습 등 그 방법과 유형도 다양해졌다. 

물론 대형교회 세습을 단호하게 거절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금은 고인이 된 충남 홍성성결교회 송헌빈 원로목사에게는 목사 아들이 4명이나 있었고, 교인들도 그들 가운데 한명을 청빙하길 원했지만 고인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 전통은 후임자에게도 이어져 유기성 원로목사도 목사 아들이 있었지만 세우지 않았다. 화평교회 안만수 원로목사와 성락성결교회 박태희 원로목사 역시 아들이 목사였지만 외부에서 후임목회자를 청빙해왔다. 부산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는 사위가 목사였지만, 수영로교회 정필도 목사는 아들은 물론 사위도 목사였지만 물려주지 않았다. 당연한 선택이지만 세습을 거절한 사례가 기사화될 정도로 교회 세습 풍토는 한국교회 안에 만연해있다. 

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후임 목회자를 결정하는 것은 교회 내부 일로, 외부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습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01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밝힌 입장을 보면 “교회의 후임자 승계는 어디까지나 그 교회와 교단의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일이지 그 교회 밖에서 주관적인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개교회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교회 세습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지금도 큰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물려받는 아들이나 사위의 능력과 자질이 충분해 교인들이 모두 원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교회언론회가 예전에 목회자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들의 후임목회에 대해 26%가 찬성했고, 후임자 능력과 자질,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무방하다는 응답은 53%에 달했다. ‘절차상 정당성’은 세습을 찬성하는 주된 논리다. 또 아들이 담임목사직을 이으면, 자칫 원로목사와 담임자 간의 교회 혼란과 분열도 막을 수 있고, 교회도 더 성장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대형교회를 일군 목회자의 공로를 인정한다면 아들이 담임목사직을 맡는 것이 그렇게 지탄받을 일은 아니라는 입장도 제기되곤 한다. 이 같은 주장은 기독신문이 예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목회자의 45.4%가 세습을 지지하고, 특이 아들을 목사로 둔 목회자의 경우 60%가 세습을 지지한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역’을 물려주는 것인 만큼, ‘세습’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교회언론회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16%만이 세습이란 용어선택이 적절하다고 했을 뿐, 84%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지난 해 ‘세습’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들 대물림’에 대한 신학적, 교회론적 입장은 분명하다. ‘하나의’(one), ‘거룩한’(holy), '보편적‘(catholic), '사도적’(apostolic) 교회라는 교회의 네 가지 속성을 생각할 때 이는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습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적인 교회를 철저하게 개교회화, 더 나아가 사유화한데서 비롯된 폐해일 뿐이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이라는 조건을 내세우지만, 사유화된 교회에서 목사의 권위는 인사권, 재정권을 모두 장악한 권력이어서 이에 반발할 자유는 그리 많지 않다. ‘세습’을 단행한 교회의 경우 목사의 권한이 절대적인 경우가 많았고, ‘청빙 절차’에 아버지 목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극히 예외인 경우는 있지만, 그 예외 때문에 ‘세습’을 용인할 수 없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아들이 물려받아야 교회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교회가 참 신앙공동체가 아님을 스스로 고백하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세습’이라는 용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현재 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들 대물림’의 실태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세습’의 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같은 표현이 등장할 뿐이다. 

교회 밖 상식에서 바라볼 때, 대형교회가 갖고 있는 영향력과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려받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특권일 뿐이다. ‘아들 대물림’을 결정한 교회 내부에서는 “우리 교회 신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고 외부의 비판을 탓할지 모르지만, 이 같은 발상부터가 사회와 격리된 개교회주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격이다. 이미 대형교회는 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고, 그래서 더욱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것이 또 성경적이기도 하다. 아들이 자격이 있다고 해도 더 자격 있는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그 자격은 이미 객관성을 잃어버린 자격이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대형교회의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자리는 누구도 쉽게 얻지 못하는 ‘대박 재산’이다. 

종합해 보면,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은 개교회주의와 교회 사유화, 성직자 중심주의, 교회성장 지상주의가 가져온 일그러진 현상일 뿐이다. 교회 모습이 올바른 신앙 공동체로 존재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세습 논란’이 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형교회의 눈치를 보는 일부 기관들이 ‘대물림’에 대해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기관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12년 총회 선언문을 통해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히면서 첫 번째 과제로 “교회의 세습이라는 일각의 부끄러운 모습을 근절하고자 한다”고 다짐이다. 교회협의회는 ‘교회 세습’을 “세상의 관행과 권력과 우상에 편승한” 결과로 보았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사유화하는 교회 세습을 부끄러운 죄로 고백하며 세습의 관행과 문화를 근절시키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2012년 발표한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선언’에서 교회 세습 근절을 다짐했다. 한목협은 “우리는 교회의 주권이 오직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믿는다”면서 “교회는 담임목사의 소유가 아니며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도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는 자녀나 친족에게 담임목사의 자리를 대물림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을 결단하며, 지금도 한국교회에서 계속되고 있는 ‘세습’을 근절하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기독교대한감리교회는 지난해 10월 입법의회에서 ‘세습방지법안’을 채택했다. 감리교는 담임자 파송 항목에 “부모와 자녀가 연속해서 한 교회의 담임자가 될 수 없다”는 제한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세습 근절 의지를 제도화했다. 이 제한조항에는 담임목사의 사위나 며느리도, 또 부모가 장로인 경우에도 그 자녀가 담임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사회로부터 크게 주목받은 이 결정은 교회개혁단체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힘써온 ‘세습반대운동’의 성과물로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하겠다. 이 세습방지법은 한 일간지 사설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자정능력을 상실한 교단을 치유하기 위한 외과수술”일지도 모른다. 극단의 외과수술이 필요하다면 이를 통해서라도 개혁입법 채택을 타교단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와 함께 세습을 용인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인식부터 변화시키는 내적 치유도 병행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예전에 비해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부자세습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습을 추진한 왕성교회는 자칫 몇 표만 돌아섰어도 공동의회에서 부결될 뻔 했다. 담임목사의 뜻을 무조건 따르면 예전과 달리 신도들의 의식이 많이 깨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또, 세습이 이뤄졌다고 해도 이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교회를 물려준 아버지나 물려받은 아들이나 당당하지 못함은 지난 10여년의 교계 분위기에서 엿볼 수 있다. ‘세습 목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야 하는 부담감이 큰 것이다.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교회 담임자라는 유형의 자리가 아니라 예수의 정신일 것이다. 안정된 자리와 물질, 권력이 아니라 섬김과 사랑, 선교 사역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탐욕과 이기심만 넘쳐나는 일종의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세속화의 길을 가고 있는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 세습을 근절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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