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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민중운동가 고 백기완 선생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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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0  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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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 조화 없이 세상과 이별

   
 

이 시대 민중운동가의 대명사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소장)이 지난 15일 투병 끝에 별세하여 서울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후 국민 5일장으로 19일에 발인했다. 그러나 유족은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에서 보낸 조화를 돌려보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조화를 받지 않는 것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마음으로 보내면 되지 조화를 나열하는 위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지 않겠나” 라는 의도 라고 밣혔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이도 역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빈소에는 영정 사진 외에 대형 흑백 사진 2장이 있는 데 이를 준비한 노순택 작가는 “추모의 의미와 있지만 장례의 엄숙함보다 백 선생이 살아 생전 무엇을 외쳤는지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불끈 쥔 주먹과 양팔을 펼친 모습을 재현했다고 한다.

   
 

장례명은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으로 발인 날인 19일에는 오전 9시부터 대학로에서 노제를 마치고 추모행진도 한다. 한편 서울시청과 전국에서도 분향소가 설치되어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1년여간 투병하는 동안 아버님께서 당신은 절대로 병상에서 투병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故 백기완 선생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대통령은 묵념 후 영전에 국화와 술잔을 올린 뒤 절을 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꽤 나눴고,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다"고 회고하면서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장녀 백원담 씨는 고인이 남긴 하얀색 손수건을 건네며 "이것은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열차에서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꼭 가고 싶다고,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담겨 있다"며 고인이 마지막에 쓴 책 한 권도 함께 전했습니다.

다음은 그 유명한 '산자여 따르라‘ '사랑도 명예도' ' 벗이여 해방이 온다' 라는 민중가요에 쓰여진 80년 이후의 노래 가사들은 모두 백기완 선생이 지난 1980년 12월에 지은 자작시에서 나온 것이다.

   
 

                             묏비나리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 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농창 들어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 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의 한 몸만
맴돌자 함이 아닐세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 오면
또 한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힌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 있고
마주재비도 못 타 보고 썩은 멍석에 말려
산고랑 아무 데나 내다 버려질지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거라.
팔다리는 들개가 뜯어 가고
배알은 여우가 뜯어 가고
나머지 살점은 말똥가리가 뜯어 가고
뎅그렁 원한만 남는 해골 바가지

그리되면 띠루띠루 구성진 달구질 소리도
자네를 떠난다네
눈보라만 거세게 세상의 사기꾼
협잡의 명수 정치꾼들은 죄 자네를 떠난다네.

다만 새벽녘 깡추위에 견디다 못한
참나무 얼어터지는 소리
쩡, 쩡, 그대 등때기 가르는 소리 있을지니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치는
주인놈의 모진 매질 소리라

천추에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 자들의 모진 채쭉소리라
차라리 그 소리 장단에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자네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일어나라는 게 아닐세그려
얼은 땅, 돌부리를 움켜쥐고 꿈틀대다
끝내 놈들의 채쭉을 나꿔채
그 힘으로 어영차 일어나야 한다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그렇지 사뭇 시뻘건 그놈으로 달아올라

벗이여
민중의 배짱에 불을 질러라.
꽹쇠는 갈라쳐 판을 열고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을 몽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노래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몰아쳐
오라를 뿌리치면
다시 엉치를 짓모으고 그걸로도 안 되면
다시 손톱을 빼고 그걸로도 안 되면
그곳까지 언 무를 쑤셔넣고 아......

그 어처구니없는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 놈의 짓인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 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 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자들의 짓이라

그 싸나운 발톱에 날개가 찟긴
매와 같은 춤꾼이여

이때
가파른 벼랑에서 붙들었던 풀포기는 놓아야 한다네
빌붙어 목숨에 연연했던 노예의 몸짓
허튼 춤이지, 몸짓만 있고
춤이 없었던 몸부림이지
춤은 있으되 대가 없는 풀 죽은 살풀이지
그 모든 헛된 꿈을 어르는 찬사
한갓된 신명의 허울은 여보게 아예 그대 몸에
한오라기도 챙기질 말아야 한다네.

다만 저 거덜난 잿더미 속
자네의 맨 밑두리엔
우주의 깊이보다 더 위대한 노여움
꺼질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이 있을지니

바로 그 불꽃으로 하여 자기를 지피시라.
그리하면 해진 버선 팅팅 부르튼 발끝에는
어느덧 민중의 넋이
유격병처럼 파고들어
뿌러졌던 허리춤에도 어느덧
민중의 피가 도둑처럼 기어들고
어깨짓은 버들가지 신바람이 일어
나간이 몸짓이지 그렇지 곧은목지 몸짓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눈짓 말일세
저 싸우는 현장의 장단 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비로소 한 춤꾼은 비로소 굽이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비록 저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껴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 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졌어도 이기고 있는 민중의 아우성 젊은 춤꾼이여
오, 우리 굿의 맨마루, 절정 인류 최초의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 몸으로 디리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페허 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 위에
희대의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아 신바람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놈의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라진다 해도
언땅을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 나네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띠기에 인생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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