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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 목사  |  yukj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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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8  11: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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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십자가의 고통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고 할 때 그 예수님은 단순히 2천년 전 유대 땅에 오셔서 33년 간 살다가 가신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 오시기 이전에 하느님의 아들로 천지를 창조하셨고, 현재는 하느님 우편에 계시며, 앞으로 다시 오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그분은 만물을 대표하시는 분이며, 그 만물을 대신하여 죽으신 분입니다. 만물을 구원하시며, 그 만물을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단순히 2천년 전 유대 땅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에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살아있는 생생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잘 만들어진 예수의 일생을 그린 영화에서 십자가 장면을 보게 되면 흔히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단순하게 동정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감상적(感傷的)인 차원에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그 십자가에 바로 내가 달린 것이며, 혹은 내가 직접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자라는 경험을 갖지 못할 때 십자가는 감상에 그치고 맙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그런 감상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신앙으로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감상은 신앙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런 감상이 오늘날에 일어난 어떤 불행을 보면서 갖는 것이 아니라 2천년 전 골고다에서 일어난 십자가 사건을 보면서 갖는 것이기에 그 감상의 정도가 지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단순한 한 인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 죽음 안에 내가 있고, 그 고통 안에 내가 있다는 믿음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철저하게 역사적 사건으로 간주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오늘 나와 별로 상관이 없는 2천년 전 사건으로 끝나고 맙니다. 십자가 사건은 2천년 전 사건이 아닌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며, 우리가 직접 개입된 사건입니다.

오늘의 세계가 당하는 고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이 지극하였던 것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만이 아닙니다. 자기 속에 품으신 만물이 계속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십자가의 고통이 큰 것입니다. 만물을 끌어안으신 그리스도, 만물과 자신을 일치시키신 하느님의 아들이시기에 만물이 당하는 고통이 바로 그의 고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옛날 종교 권력자들과 정치 권력자들이 합세하여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듯이, 오늘날에도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지배하며, 강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침략하고 경제적 수탈을 행하여 수많은 생명들을 죽이고,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현재 세상에는 4분의 1의 사람들이 전 세계 자원의 85%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4분의 3이 남은 15%를 갖고 나누어 먹는 셈입니다. 오늘의 예수 그리스도는 이렇게 십자가에 달려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개발되면서 파괴되는 생태계 역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만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고 있는 자들입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을 배출하는 지구기후변화의 주범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 미국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을 당하고 계십니다.

만물을 그 안에 품으신 예수 그리스도는 어쩌면 그 옛날 골고다의 십자가에서 받으신 고통보다 몇 십배 더한 고통을 당하고 계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만큼 인간이 저지른 죄는 크고 중한 것임을 말해 줍니다.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은 그가 다시 오시는 역사의 종말에 끝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지고 그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바로 이 세계의 고통을 돌아보며 고통당하는 자와 함께 하며, 고통을 끝내고자 노력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믿는 사람들은 그래서 세계 기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아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이 환경오염의 주범임을 인식하면서 환경보전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전쟁을 반대하고 핵무기 실험과 확산을 막으며, 해발전소 폐기를 위하여 투쟁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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