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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교회 전통을 살리자마태복음 10:1-15
유경재 목사  |  yukj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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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1  13: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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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교회의 전통을 살리자
(마태복음 10: 1-15)

유경재 목사 (안동교회 원로)

 오늘 95주년 삼일절을 마지하면서 민족교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민족교회의 성서적 근거
예수님께서 육신을 입어 오셨을 때 구체적으로 그는 유대인으로 오셨습니다. 그는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로 오셨습니다. 그는 유대민족이 지켜온 율법전통과 맞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고 그 민족의 현실적 문제와 충돌하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류의 모든 죄를 대속한다는 명목으로 지워진 것이 아니라 유대민족의 율법주의와 충돌한 결과로 온 것입니다. 예수님이 당하신 고난은 구체적으로 유대민족의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 속에서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유대민족이 안고 있었던 문제가 그 민족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민족의 문제요 인류의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유대민족 가운데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온 인류를 위한 세계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열 두 제자들을 선택하시고 선교 파송하시면서 그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이방 사람의 길로도 가지 말고, 또 사마리아 사람의 도시에도 들어가지 말고 이스라엘 집의 잃은 양 떼에게로 가거라”(마 10:5-6). 그리고 예수님은 두로와 시돈 지방에 가셨다가 병든 딸의 병을 고쳐달라는 가나안 여인의 청을 들으셨을 때 말씀하시기를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길을 잃은 양들에게 보내심을 받았을 따름이다”(마 15:24)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자기의 사명을 이스라엘 집의 잃은 양을 구원하는 일에 국한하셨습니다. 우리는 흔히 예수님이 온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이 땅에 오셨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비록 유대 땅에 태어나셨다 하더라도 당시 세계의 중심인 로마에 가서 세계를 상대로 천국을 선포하시고 세계적인 석학들과 종교 대토론을 벌리시다가 순교를 당하셨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스라엘을 떠나신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극히 제한된 지역인 갈릴리에서 주로 활동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이스라엘 가운데 오셔서 그들을 위하여 복음을 전하시다가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모든 인류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여기에 하느님의 놀라운 역사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읽는 구약성경도 사실상 이스라엘의 역사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스라엘 민족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이 함께 읽는 하느님의 말씀이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는 구약성경이 모든 인류가 즐겨 읽는 성경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철저하게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민족의 현실이 곧 세계적인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라는 일반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민족의 역사에서 추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철저하게 민족적인 것이 철저하게 세계적인 요소를 간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민족교회 형성의 근거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민족교회가 될수록 세계교회를 지향할 수 있습니다. 

민족교회란?
민족교회란 무엇입니까? 주재용 박사의 정의에 의하면, “민족의 현실 그 자리에서 존재의식을 갖는 교회”라고 하였습니다(민족신학의 모색,  p49). 민족교회란 이 민족의 역사에 뿌리를 내리고 그 민족의 문제와 고통을 함께 끌어안고 아파하며 해결하려고 하는 교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그 출발에 있어서 철저하게 민족교회였다고 합니다. 19세기 말에 우리 민족이 복음을 받아드린 동기를 보면, 민족적인 고난의 역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경장, 동학혁명, 청일전쟁과 노일전쟁, 명성황후 시해사건, 아관파천 등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한국교회는 급성장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가난 때문에 예수를 믿었고,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개화사상과 반일독립운동 때문에 기독교를 수용하였던 것입니다. 이상재 선생의 말씀이 그런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나라의 비운이 참상의 변까지 몰아오는 것을 겪으면서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나라 구원의 길을 찾아보려는 일념으로 기독교의 믿음을 찾게 되었다."

당시 한국교회가 민족교회로서 가장 관심을 갖고 선교적인 과제로 삼은 것은 개화와 독립운동이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그 당시 삶의 의식구조와 생활의식을 개혁하고, 사회신분제도와 남녀 성차별의 문제, 정치개혁 그리고 항일 독립운동 등을 주도”해 갔던 것입니다. 이런 민족교회로서의 한국교회의 역할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삼일운동 때였습니다. 한국교회는 삼일운동의 시작에서부터 그 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항상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 총독부의 교회에 대한 철저한 탄압으로 많은 수의 교역자와 교인들이 체포되어 투옥되고, 교회당이 파괴되었으며, 계속적인 감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선교사들은 이런 민족교회를 못마땅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승동교회를 설립한 곽안련 선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회는 절대로 정치와 무관하다. 교회는 영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현재의 정부에게나 미래의 어떤 정부에게나 찬반을 막론하고 관여할 수 없다.” 이런 선교사들의 이분법적 사고가 나중에는 그대로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초기 한국교회의 역사는 철저한 민족교회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한국교회 전반이 교권 싸움에 휘말리고, 총독부의 문화정책에 짓눌리어 민족교회로서의 면모를 상실하게 되면서 한국교회는 초기 민족교회로서의 면모를 점차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예수님이 철저한 유대민족으로 그 민족의 현실을 끌어안고 천국을 선포하신 사실을 보았고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떼들을 위하여 보내심을 받았다고 한 사실을 보았습니다. 민족의 현실을 외면한 신앙이란 바른 신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을 외면한 신앙이란 진정한 신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언제나 그 교회가 처한 역사적 현실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교회는 민족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족교회로의 거듭남
한국교회는 해방 후 계속되는 분열과 교권 싸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4?19 학생혁명을 겪으면서 수모를 당하고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16 군사쿠데타를 통해서 군사정권이 세워지면서 교회는 민족의 현실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후 인권, 민주화, 사회정의를 선교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 투쟁을 계속하였고, 평화통일 문제와 환경문제를 교회의 중요한 선교적 과제로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민족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철저하게 민족교회로 세워질 때 세계교회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자기 정체성을 갖지 못한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자기 정체성이란 자기가 태어나고 자기가 살고 있는 그 땅과 그 역사 속에서 정립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삼일절 95주년을 맞이하면서 구체적인 역사 속에서 천국을 선포하신 예수님과 초기 민족교회를 생각하고 그 신앙전통을 오늘에 이어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있는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민족의 과제인 평화통일을 이룩하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고 이 민족의 예언자로 하느님의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수천 명, 수만 명 모이는 교회라야 세계적인 교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작지만 진정으로 그 민족의 역사와 현실에 뿌리를 내린 민족교회야 말로 세계가 주목하는 교회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지극히 작은 자로 지극히 작은 유대민족 속에 오셔서 그들의 문제를 끌어안고 십자가를 지셨을 때 그것은 마침내 우주의 역사를 변화시켰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철저하게 민족의 아픔을 끌어안고 고민하며 십자가를 질 때 여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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