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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스승들스승의 날 아침에 생각한다
김인주  |  thpr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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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5  06: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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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스승들 

김인주 (봉성교회 목사)

 고마운 스승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오면, 한완상 교수는 늘 이상백을 회상하곤 한다. 이상백이 누구인가? 일제 강점기에 명성을 떨치던 농구선수였다. 육상의 손기정, 축구의 김용식, 야구의 이영민과 더불어 당대 최고의 선수다. 20세기 전반기 세계무대에 섰던 자랑스러운 체육인이었다. 일장기를 달아야 하는 수치와 아픔을 삭이면서. 한 때는 국제올림픽위원으로 한국 체육계를 이끌기도 하였다. 사회학 혹은 한국사를 연구하는 대학교수로서는 매우 특이한 경력이다.

이상백의 키는 184cm, 그 시대 농구선수로는 손색이 없는 장신이다. 작은 체구로 입학식장 맨 앞에 서 있던 한완상을 그는 주목하였다. 그리고 시대의 거인으로 빚어냈다. 멘토가 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가 이 사제관계에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스승은, 고전을 접하도록 연결해 주신 분들이다. <수호전>에 심취하여, 이를 요약하여 이야기해 주거나 혹은 읽어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삼국연의>나 다른 이야기도 많지만, 양산박의 호걸들의 활약이 나에게는 더 생생하게 그려지는 이유이다. 셰익스피어에 경도되어, 사대비극이나 <베니스의 상인>의 내용을 구연하여 우리를 매료시킨 분도 계셨다. 셰익스피어를 어쩌다 조금씩 맛보는 나로서는, 평생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에, 그 선생님은 이미 올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장단계에서 고전을 대하는 기회는 너무 소중하다. 오늘의 교실은 교과서에 너무 얽매여 있고, 교사들에게 그러한 융통성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듯하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무차별 공급하는 문화 환경, 교실을 둘러싸고 있는 권력과 사회,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은 학생은 물론 교사도 숨 막히게 만든다. 상상력을 계발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니겠는가? 창조의 능력을 자극하고 다듬어내는 일에는, 고전이 바로 교과서의 구실을 한다.

배움의 단계마다 나는 여러 가지 언어들을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그리고 노력을 쏟아 부었다. 새로운 언어 앞에 서면, 높은 소통의 장벽을 느끼게 된다. 누구든지 어린 아이가 되어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익히면서 조금씩 배워 나갈 수밖에 없다. 효과적으로 새로운 언어의 세계로 안내해야 하는 교사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주목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을 배워주는 엄마의 역할에 비견되는 사랑과 관심이, 학생에게 말문을 틔워주는 유능한 안내자 구실을 하게 한다.

지혜로운 판단과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던 선생님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새문안교회 고등부 시절이었는데, 공과공부 시간에 주간에 있었던 일을 말씀하셨다. 길을 가다 불이 난 것을 보고서 얼른 소방서에 신고하였다 한다. 집에서 아이들이 성냥으로 장난하다 이불이 불타게 되었는데, 다행히 재빨리 밖으로 집어 던졌기에 큰 화는 면하였다. 소방차 출동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데서 문제가 생겨났다.

적절하게 상황을 처리한 집에서는 부를 이유가 없었다. 자연, 신고한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될 판이었다.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주인을 찾은 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정색을 하여 질문하였다. “자제가 이런 경우를 만날 때,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시겠습니까? 그냥 못 본 체 지나치라고 말씀하시겠다면, 제가 그 비용을 부담하겠습니다.” 이 짧은 질문으로 쉽게 해결되었다. 신일고의 영어교사였던 오장은 선생님, 교사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복된 가정환경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린 시절에도 특이한 관찰과 기억의 능력을 보였기에, 나는 꽤 주목을 받는 어린이였다. 성장기에 상경하여, 한국의 교육 제도가 베푸는 가장 충실한 교육을 받는 특혜를 누리고 자라났다. 나이가 들어서는 독일로 가서, 여러 해 동안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학자들에게서 직접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행운이었다. 그 모든 스승들의 가르침이 오늘의 나의 생각과 삶을 구성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새삼 부끄러워지는, 스승의 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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