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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
유재무 기자  |  ds2sg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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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8  10: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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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으로 명명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촛불 모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9시 6분 서울광장에서 시민 4,475명(목표했던 4,160명 초과)이 만든 세월호 인양 퍼포먼스, 사람이 만든 가장 큰 촛불 이미지로 기네스북 등재 됨.(사진: 오마이 뉴스)

세월호 참사 후 겪는 가족들의 고통못지 않게 이름 모를 국민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한숨과 불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국가 대신 그 가족들과 이 슬픔의 기억을 견디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향하여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한다. 그 미안함을 행동으로 하고 있는 이들은 이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고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밝히는 출발점인 정부 주도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폐지하고 즉각 선체 인양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 운동권 세력이 아니다. 

그 동안 한국사회에 민주화를 위하여 줄기차게 투쟁하고 일해 온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지금 광화문과 시청 앞을 메운 1만 명 이상의 주력군은 달라졌다. 그들이 이렇게 밖으로 나온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동정만은 아니다. 새로운 운동이 점화된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1주기 추모집회의 대다수 참여자는 30대 미만의 청년,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 반 이상은 여성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지난 1년 동안의 추모와 기억은 여러가지 모양으로 표현되어 왔다. 먼저는 팽목항을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 안산의 분향소와 광화문의 세월호 가족과 국민대책회의, 그곳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위로와 격려의 방문을 이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퇴근 후 날마다 돌아보고 가는 평범한 소시민들과 광화문의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손길들, 릴레이 기도를 하고 그 곳을 돌보는 성직자들과 방송인들이 있었다.

또 피켓을 들고 광장의 의미를 더 하려는 사람들, 시와 책으로 노래와 강연으로 설교로 세월호를 망각하지 말자고 그 기억을 이어가며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노란 리본을 다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 참사에는 공감하지만 가족들의 행동에 대한 적대감 또는 무관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리고 연일 좋은 사진과 기사를 생산하는 것으로 자신의 할일을 다했다고 자족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 여론은 분명하다
지난 해 7월 28~31일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가족 뜻대로 수사·기소 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은 58%,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35.5%였다. 9월16~18일 조사 때는 37% 대 45%의 구도가 나왔다. 침몰 원인과 정부의 무능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수사·기소권 주장에 대한 비 공감 의견이 앞지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시행령이 폐기 돼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법은 형식이라고 하지만 세월호 조사에 대한 법의 정신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제멋대로 만들어진 이 법으로는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서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 쪽에서는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경멸·혐오감을 드러내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가족들이 돈 문제에 집착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너무 유난을 떤다는 등 가족대책위의 음주파동에 대해 제멋대로 행동이라는 지적도 한다. 국민이 함께 하는 운동에서 겸손해하지 않고 가르치려고 하고 무한의 봉사와 희생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있다. 없는 일 또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픔을 당한 가족이고 성숙하지 않은 행동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가나 세련된 운동가는 아니니 인내하고 끝까지 가야 할 것이다.

또 세월호로 특수를 누리는 이들도 있다. 세월호에 대한 국민 감정에 편승하여 정치 장사를 하고 또 보여주기 기도회를 하며 모금을 하는 등 종교 사업을 하는 이들이다. 가족치료를 한다는 등 뒷북치는 일을 하는 것도 있다. 어떤 이는 쉬운 말이나 글로 속편하게 언급도 하는 데 지금은 말의 시대가 아니라 행동이 시대이다. 함께 아파하고 동참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

자기의 자리에서 증인이 되는 것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간 사건의 진실을 기록하고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글들이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참사에 대하여 자기 시간과 생각으로 응답하려는 노력들이다. 학생들도 참여했다. 그림이나 시와 노래 등의 창작물들도 나왔다. 4월 16일 추모 행사 중 한 학생의 언니는 울먹이며 “배를 인양하려고 한다." 고 하면서 보여준 배 인양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의 눈을 적셨다(무대 바닥의 대형 모형배를 크레인으로 무대 정면 위로 끌어올려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달아 놓았다).

1주기 추모집회 무대에 직접 나온 유용주 시인은 “뿌리부터 가지까지 썩어 문드러진/ 이 국가를 먼저 구속시켜다오” 라며 절규했다. 이 모든 지식인들은 무엇이 국가이고, 무엇이 인간인지, 무엇이 ‘미친 세상’을 만들었는지 고민하고 성찰했다.

지난 해 10월29일 시정 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가던 박근혜 대통령은 ‘살려 달라’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매몰차게 외면하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그리고 거짓으로 연출된 가족을 만나고 1주기 추모일에 도망치듯 해외로 나가버린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이에 대하여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공감과 반 애도를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자였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 귀담아 들어야
이현정 서울대 교수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투쟁을 폄하했던 이들의 시선에서 일그러진 가족주의를 찾아 지적했다. 그는 “김영오씨가 이혼했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죽은 딸을 팔아 보험금을 챙기려는 비도덕적인 패륜아’로 여기는 이들이 있었다." 고 진단했다. 이어 “(김영오씨의 아빠 자격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가족과 인간에 대한 배금주의와 인종주의가 가득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낙후된 공공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총체적인 공공성의 실종’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보았다. 재난 상황에서 구조를 포기하고 이를 민간 기업에 맡긴 해경, 연고·친소·부패 고리로 불법과 탈법을 눈 감아준 규제기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무능, 책임 추궁과 비난의 정치화에 몰두한 정치권의 행태 등이 그 근거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가진 공공성의 위기이자 우리 모두의 위기”라고 했다. 그는 “안전과 안전 관련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한국 사회의 오랜 편견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깨뜨리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발 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날지 모른 채 걷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의 역할, 새롭게 대두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계속 축소하는 동안 과연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것인가? 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진상규명은 피해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와 공공성의 위기극복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 참사 이후 안산에 거주하며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온 정신건강 전문의 정혜신 씨는 “자식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 그것만 가지고 씨름해도 일생이 걸리는 일”이라며 “아직도 많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사고 후 1년이 다 됐는데도 비뚤어진 세상과 싸우느라 이 일(치유)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한국 사회는 과거 산업화를 거쳐서 민주화와 정보화, 세계화를 말해 왔는데 이제는 안전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을 요구하는 시위 문화도 바뀌었지만 그 주체도 변화 되었다. 민주화를 이룬 기성인들이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위하여 보여준 희생 정신이 새롭게 나타났다. 가깝게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보여준 광우병 촛불에서의 학생들 참여,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보여준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애도의 발걸음,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통하여 이러한 정신과 영혼들이 다시 뭉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계적인 도시 서울의 중심에 다시 집결한 것 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4.16 이후 우리는 이 시대의 정신을 이어갈 달라진 세대를 본다. 그들은 우리가 그토록 걱정하던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지금 나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가장 큰 고통과 아픔을 주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사건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선진화로 다시 한 번 맥을 잇게 한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와 국가 지도자의 책임과 역할에 대하여 우리 국민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묻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의 진실은 드러나고 아픔은 치유되고 보상은 되어야 하지만 그 정신은 잊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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