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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의 축복, 변화와 개혁을 향하여WCRC와 GIT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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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9  22: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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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의 축복, 변화와 개혁을 향하여

/ WCRC와 GIT를 다녀와서 - 정빙화(Binghwa Jung)

   
* GIT 참가자들(좌로부터 배현주 교수와 3번째가 필자)

개혁교회(Reformed Church)는 항상 개혁하는(reforming) 교회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개혁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지난 6월 9일부터 7월 7일까지 “살아계신 하나님, 우리를 갱신하고 변화시키소서”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 WCRC)의 세계신학연구소(Global Institute of Theology, GIT) 기간 동안 필자에게 지속적으로 던져진 질문이다.

GIT는 WCRC 회원교회 간의 신학적 소통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증진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신학생들을 선발하여 신학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2-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이번 GIT는 WCRC 26회 총회와 맞물려 있어 더욱 특별했다. 독일 부퍼탈에서 20일 동안신학수업과 현장답사의 시간을 가진 후에 라이프치히로 이동하여 총회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참가자는 총 41명으로 아프리카 13명, 아시아 15명, 유럽 2명, 북미 7명, 캐리비안 3명, 남미는 브라질에서 1명이었고, 신학생, 신학교 최근 졸업생, 젊은 목회자들로 구성되었다. 한국교회에서는 예장통합(PCK) 소속의 필자가 유일하게 참석하였다. 세계 각기 다른 컨텍스트에서 모인 우리는 한 달 여간 함께 먹고 자고 토론하고 교제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더해지면서 끈끈한 글로벌 공동체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부퍼탈에서 GIT의 전반부를 보내며 우리는 필수 과목 4개와 선택과목 6개 중 2개씩을 수강하였다. 수업에서 다루어진 주요 내용들은 생태정의, 양성평등, 주변부로부터의 선교, 개혁교회 정체성, 선언과 고백들, 디아스포라, 세속화, 커뮤니언 등이었다. 이 수업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는 현실을 직시했을 때 경험되는 정직한 불편함이요, 변화를 추구하게 하는 동력의 불편함이었다. 왜 우리는 생태계의 부르짖음을 듣지 못하는가? 개혁교회를 개혁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인종, 성별, 계급, 나이 등으로 인한 차별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힘의 역학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우리는 강의와 토론 속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가지고 치열하게 씨름했다.

수강한 과목 중에서 소개 싶은 수업이 있다면 로데릭 헤윗(Roderick Hewitt) 교수님의 “주변부로부터의 선교와 개혁교회 정체성”이다. 헤윗 교수님은 남아공에서 가르치시는 자메이카 출신 교수님이신데, 에큐메니컬계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강력한 카리스마가 흘러나왔다. 교수님의 수업에서 다루어진 주변부로부터의 선교는 생태계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충만함을 이루게 하는 성령의 활동에 동참하는 선교를 말한다. 이는 특정 이유 때문에 억압받으며 생명을 부정당하고 있는 주변부 사람들의 경험과 비전에 귀 기울이는 태도로부터 출발한다. 교수님은 개혁교회가 개혁신학을 새롭게 정의해나감에 있어 이 접근을 핵심으로 강조하셨다. 교수님에게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는 “A text without a context is a pretext.”였다. 즉, 컨텍스트 없이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위한 구실이나 명분일 뿐이라는 뜻이다. 문맥과 상관없이 전달되는 위로부터의 신학이 지닌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써 우리의 신학함의 여정에서 어떤 자리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지가 분명해지게 된다.

GIT에는 강의실 안에서의 수업뿐만 아니라 현장답사를 통한 배움의 시간도 간간이 주어졌다. 중세시대 기사도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었던 슐러스 성(Schloss Burg), 회사도 나눔과 섬김의 자세로 운영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해준 헨켈(HENKEL) 본사,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한 독일 탄광의 역사를 담고 있는 광산 박물관(Ruhr Museum), 여성과 어린이, 노예의 노동착취로 얼룩진 산업혁명의 어두운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던 초기 산업화 박물관, 1934년 바르멘 선언이 작성되고 선포되었던 교회(Gemarke Church), 그 모든 현장이 기독교 역사와 문화가 서려있는 독일을 맛보게 해주었다. 특히 바르멘 선언이 기록되었던 교회의 전시관에서 바르멘 선언에 동참한 사람들의 명단을 보았다. 139명 중에 여성은 단 1명으로 다수 중에 1인이 된다는 것과 최초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했다. 전시관 일정 후 바로 옆에 위치한 유대교 회당에서 점심식사를 대접받았다. 그 회당은 그 교회가 선물로 준 땅으로 짓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서로 협력하고 환대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이 전해졌다.

부퍼탈에 있는 동안 우리는 세 번의 주일을 보내면서 각기 다른 독일 현지교회를 방문하는 혜택을 얻었다. 첫째 주는 슐라이어마허의 할아버지가 초대 목회자이셨던 전통적 개혁교회(Evangelisch-Reformierte Gemeinde Ronsdorf)에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우리는 교회 역사 기록 보관소로 가서 노랗게 바랜 세월의 흔적들을 보며 독일 기독교의 장구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 주일에는 에센에 위치한 바이글 하우스(Waigle Haus)라는 교회로 갔는데, 건물과 예전, 음악 등 현대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어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활기차 보였다. 또한 이 교회는 난민들을 위한 디아코니아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집트 출신이신 부목사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한국교회에도 다문화사역의 건강한 확장을 위해서 외국인 사역자들의 배출과 그들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주일에는 학생들이 소그룹으로 나뉘어서 미리 연결된 교회에 초청을 받았다. 필자가 속한 그룹은 120년 역사의 높고 웅장한 예배당이 있는 루터교회(Luther Kirche)의 저녁예배에 가게 되었다. 낮 예배는 본 예배당에서 드리지만, 저녁예배는 예배당 안 한 켠에 의자들을 재배치하여 20여명의 사람들이 오붓하게 예배를 드린다. 이 예배는 밴드와 함께하는 찬양과 조명 등의 현대적 감각을 살린 예배 형태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큰 교회건물들도 나중에 이렇게 텅 비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면서도 어떻게든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려 애쓰시는 그곳 담당 목회자 크리스챤 레흐 목사님의 간절함을 느끼며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목회라는 것이 참 고된 자리인데, 주어진 길을 묵묵히, 또 창조적으로 걸어가시는 목사님을 향해 진정어린 응원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어서 GIT의 후반부는 라이프치히에서 WCRC의 26차 총회를 참석하는 것이었다. GIT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임무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총회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었다. WCRC의 다섯 가지 핵심방향인 선교, 커뮤니언, 정의, 신학, 에큐메니컬 참여에 따라 각 제안서들의 발표를 듣는 단계(Listening), 제시된 내용에 대해 15명 안팎의 소그룹에서 나누고 분별하는 단계(Discerning), 소그룹에서 나눈 논의들이 수합된 결과를 가지고 전체 총대들과 결정하는 단계(Decision-making)로 이루어진다. 마지막 결정단계에서는 총대들이 주황색과 파란색 카드를 들고 가부 의견을 제시한다. 모두 주황색 카드를 들면 통과되는 것이고, 파란색 카드로 반대를 표시한 사람은 마이크 앞에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한다. 이에 대한 나머지 총대들의 의사표시도 카드를 활용한다. 계속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부분은 다음 모임 때 다시 논의한다. 이 과정이 총회기간 동안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을 관찰하면서 세계교회의 토론과 협의의 수준을 볼 수 있었다.

총회에서 다루어졌던 안건 중에서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주제는 여성 이슈였다. 이번 총회에서는 7년 후 다음 총회까지 WCRC 전 회원교회가 여성안수를 의무화하는 안건이 화두에 올랐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의무화가 결의되면 여성안수를 안하는 교회에게 탈퇴의 위협이 가해지면서 교회일치에 타격을 준다’라든지 또는 심지어 ‘성경적인 근거가 없다’등의 발언이 나왔다. 그러나 많은 교회에서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 주었고, 결국 이 안건은 통과되었다. 또한 실행위원회의 여성 비율을 ‘적어도 50%로 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적어도’라는 말이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아직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일이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통쾌한 기분이 절로 들면서도, 어떻게 한국교회를 이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 찾아왔다.

필자에게 도전으로 다가온 것은 성정의(gender justice) 뿐만 아니라 세대정의도 있었다. 40대 초반인 대만 여성이 부회장의 직분으로 앞에서 진행하는 것을 보며 필자는 이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캐나다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나라들에는 장로도 연령제한이 없어서 30대 장로도 있고, 흔하진 않지만, 20대 장로도 있다고 하였다. 젊은 사람들이 교회의 리더십에서 교회를 섬기고, 중요한 일들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WCRC에 파송된 각 교단의 총대들 중에는 30대 이하의 청년총대도 있어야 했다. 여기서 교회 리더십을 양복을 입은 50-60대 남성 이미지로 국한하고 있었던 필자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불균형적 리더십에 무의식적으로 갇혀있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인식하면서 어른들 뿐만 아니라 전 세대들이 함께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 연합된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 세상을 섬기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도하며 기대하게 되었다.

이번 WCRC 총회에는 북한 조선 그리스도 연맹에서 대표단 4명이 참석했는데, 하루는 WCRC 주최로 남북교회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만찬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Agape Luncheon'의 시간이 있었다. 남과 북이 이렇게 제 3국에서 만나서 함께 예배도 드리고 떡과 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감격스러웠다. 그 모임을 마치고 다시 회의장으로 와서 앉았는데, 한 인도네시아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다. 남북한이 함께 예배드리고 식사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너무 감격이라면서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필자도 참 감격이었지만, 눈물까지 나지는 않았는데, 그 친구는 정말 깊이 감격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지역에 살면서 집이 두 번이나 불 탄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목회자 집안의 친구였다. 무슬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갈망하는 그 친구의 간절함에서 우리 남북한의 만남이 더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평화는 단지 이상이 아니라 삶이고 현실이 되어야 하리라.

총회는 또한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소망하게 해 준 시간이기도 했다. 호주, 캐나다, 남인도 등 다양한 연합교회(United/Uniting Church)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십여 개의 장로교로 갈라져있는 우리 한국교회의 현실이 무척 부끄럽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연합과 일치의 역사를 지닌 교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한국연합장로교회를 상상해보았다. 어떻게 보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갈라진 교회를 하나로 만들어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어 갈 도구로 사용하실 날을 꿈꿔보게 된다.

GIT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한마디로 말해보라고 한다면, 필자는 ‘불편함’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교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하나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불편하고, 긴장감이 도는 국제정세 속에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 불편하다. 인간의 탐욕과 안일함 때문에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신음하고 있음이 불편하고, 각종 차별과 억압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부르짖음이 불편하다. 배우면 배울수록 교회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왜곡된 현상들에 대한 불편함이 깊어지고 커져만 간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거룩한 부담감이며 개혁의 출발이기에 은혜이자 축복이라 믿는다. WCRC에서 다루었던 ‘불편한’ 그러나 방관할 수 없는 주제들이 세계교회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지역교회와 성도들에게까지 이어지고 공유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한국교회의 개혁은 결국 지역교회와 성도의 삶의 변화에서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다음세대 목회자인 우리의 몫일 것이다. 주님께서 허락해주신 귀한 동역자들과 연대하며 행복하게 이 길을 걷고 싶다. 하나님과 함께 꿈을 꿀 수 있음에 감사하다.

   
 

* 이  글은 장신대를 올해 졸업한 정빙화 전도사가 지난 7월 WCRC 총회와 훈련에 참관한 기행문으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올린다. 정빙화 전도사는 2년전 신대원 재학중 동료들과 뉴질랜드 장로교회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WCRC 제26차 총회가 열렸다. 우리교단에서는 이성희 총회장과 전 총회장 손달익 목사, 전, 현직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와 변창배 목사가 참여했다.)  

회원교단 614명의 총대와 1000여 명 초청자와 참가자들은 라이프치히에서의 총회외에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루터의 도시,비텐베르크시와 라이프치히 니콜라스교회 예배당를 돌아봤다.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는 1875년에 런던에서 창립되었고 의의는 "장로제를 유지하는 전세계 개혁교회들의 연맹" 이다. 유럽과 북미의 21개 장로교 교단이 중심이 되엇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장통합과 기독교장로교가 정식회원 교단이다.  

이번 열린 제26차 총회는 2010년 WARC(세계개혁교회연맹) 피즈에서 개혁교회에큐메니칼협의회(REC,1946년 창립)와 통합하여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이 된 것이다. 세계의 장로교회와 회중교회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현재 총회 본부는 WCRC는 독일 하노버에 있으며 108개국의 229개 회원교단의 8천 만 명의 교인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 교단은 WARC 시절부터 참여하였는데 제22차 총회(1989)를 연세대학교에서 개최했다.

 본 교단의 고 노정현 장로(새문안교회)는 세 차례에 걸쳐서 20여 년 간 부회장으로 섬긴 바 있고, 김용복 목사가 신학부 위원장을, 박성원 목사가 협력과증언부 총무로 섬겼다.  영남신학교 교수를 역임한 정경호 목사가 실행위원, 그리고 이번 총회에서 이홍정 목사가 실행위원에 피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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