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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를 하듯 죽음도 준비하라
유재무 기자  |  ds2sg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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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3  10: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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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를 하듯 죽음도 준비하라

일본말에 ‘슈카츠’(終活) 라는 말이 있는 데 이는 에도 시대부터 전래된 ‘생전 장례식’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이 좋은 소식은 널리 알리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광고하는 예는 흔치 않다. 죽음은 슬픈 일이지 기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들 모임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에게 보내는 유언장' 을 통한 자기성찰 프로그램이 있다.   

일본서도 2017년 대기업 고마츠의 안자키 사장이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생전 장례식을 공고하여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의 생애의 화면을 공개하고 고향 도쿠시마(德島)의 전통춤을 소개하고 이 행사의 의미를 밝히는 기자회견도 한다. 이제 죽음은 더 이상 은밀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고 인간사에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가는 세월‘ 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포크 1세대 가수 서유석씨가 지난 2015년 자작곡으로 내놓은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다‘ 라는 노래가 요즘 유행이다. 1946년생으로 우리나이 72세의 그가 쓴 노랫말이 중장년들 사이에 공감을 주고 있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나와 / 길거리로 내 몰렸다 /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 월요일에 등산 가고 화요일에 기원 가고 수요일에 당구장에서 /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갓집​ /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세상 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 하게 했는가 / 세상은 삼십 년간 나를 속였다 /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놀려대도 나는 할 거야 /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나 볼 거야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32년전에 그가 불렀던 ‘가는 세월’ 의 가사 속에서도 늙어감에 대한 내용이 애틋하게 묻어 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로 시작해 ’이 내 몸이 늙어 가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30여 년이 흘렀지만 대중가요나 문학이나 음악에서도 가장 묵직한 주제는 역시 죽음으로 보인다.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품위 있는 삶(WELL-BEING)에서 품위 있는 마무리(WELL-DYING)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임종학(Tatology) 은 죽음(Death)과 죽어감(dying)​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죽음이 더 이상 상실과 비통이 아닌 품위있게 생을 마무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제 죽음은 피하거나 부정해야 할 키워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인생의 마지막 동반자로 받아드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노년의 삶을 준비하고 품위 있고 가치있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 을 준비하는 모임과 연구를 한 지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죽음을 신학적으로 정리한 퀴블로스라는 학자의 책을 신학생 시절에 보았다. 무료하고 감동없는 책인데 이제는 달라졌다.

한 시간의 결혼을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준비들을 하는 가? 그외에도 우리가 사는 동안 이사준비, 입시준비, 취업준비, 출산준비 등 준비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그리고 준비한 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 모임이 ‘삶과 죽음을 위한 모임’이고, 한국에서 시작된지도 오래다.  

데스노트가 아닌 엔딩노트

엔딩노트(Ending Note) 라는 영화는 그 줄거리가 어떤 사람이 죽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한다. 장례식 장소를 성당으로 정하고 집례 받을 신부를 만나고 신앙으로 귀의한다. 할 수 있는 한 간소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 다음은 손녀들에게 머슴노릇 하기다. 그리고 평생 한 번도 지지하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도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것을 해보는 것이다. 그 밖에 장례식 초청자 명단 작성, 또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도 있다.

일본 ‘만비키 가족’의 고로에다 히로카즈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던 마미 스니다가의 아버지가 암에 걸리자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고 싶어 영상을 기록하게 게 되는 데  이를 지켜본 고레다 감독이 직접 제작를 하게 된 영화다.

침묵이 덕목인 수도원서 허락된 언어

   
 

메멘토 모리((Memanto mori)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어원으로 그 의미는 ‘너는 죽는다, 우리는 죽는 다’ 는 의미다. 로마군이 원정에서 승리한 후 개선 행열 뒤에 노예를 시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이겼다고 자고하지 말고 오늘은 승자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라는 교훈에서 나온 풍습이라고 한다. 중세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노동과 기도 그리고 명상(침묵)이 철칙이다. 대 침묵 가운데서도 오직 허락된 것은 인사말 ‘메멘토 모리‘였다고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는 죽음에 대비하여 바르게 살라는 의미다.

생노병사는 우리 인간에게 신이 주신 가장 평등하고 거역할 수 없는 축복이다.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끔찍한 것이다. 지구와 인류의 세대교체와 문명의 발전의 원동력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건강해서 돈이나 권력으로 죽음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악몽일 것이다.

세월은 젊어서는 벌레처럼 기어가는 것 같지만 노년에는 화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죽음을 준비하지 않고 사는 노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직도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노년들이 없지 않다.

교회가 건강하고 축복된 인간의 삶의 아름다움을 전해야 하지만 이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에서는 메시지가 달라져야 한다. 하나님 앞에 역사 앞에 그리고 가족들 앞에 의미있고 떳떳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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