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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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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5  1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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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좌파

서울의 강남은 '부와 권력'의 상징적 지역이다. 강남 3구인 강남 서초 강동을 말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지난 2011년 '강남 좌파: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강남 좌파'라는 용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사퇴 과정을 통해 '강남 좌파' 를 상징하듯 다시 회자된다. 이번에 강준만 교수는  '정치는 왜 불평등을 악화시킬까'라는 질문으로 ‘강남좌파’ 시즌 2를 낸 것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상위 1% 계급에 문제가 있다는 '1% 대 99% 사회' 프레임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상위 10%나 상위 20%를 문제 삼는 '10% 대 90% 사회' 또는 '20% 대 80% 사회'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치란 상위 20%가 80%을 지배하는 데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전제로 만들어내는 1% 개혁안은 위선이나 착각에 기반하고 있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1% 비판에 집중하는 '진보 코스프레'의 함정과 오류에서 벗어나 상위 20%에 속하는 좌파를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이후 “한국생활문화사전”에서 강남좌파를 ‘생각은 좌파적이면서 생활 수준은 강남 주민과 유사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강남은 ‘실제 거주지가 아닌 그에 상응하는 생활 수준을 누리는 계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강준만은 강남좌파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강남좌파의 긍정적 측면은 상류층의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주장함으로써 계급갈등을 막고 하층계급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측면은 진보적 가치를 수단으로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상류계급에 있는 사람은 진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실천이 아닌 말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강남좌파가 진보적 가치를 외치면서 도덕적 우월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전까지 강남좌파는 주로 분배의 가치를 중시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앞세우지만,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부를 축적하려 하는 정치인들의 이중적 측면을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조 국 전 장관에게서도 그런 면에 보여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한 비난이 정치가 전유한 것이 문제일 뿐이다.

잘사는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 환기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촉발한 촛불집회 이후 사회 참여적이고 공동체적 연대를 중시하는 기득권과 전문직 종사자 등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강남좌파로 부르는 사례가 늘었다. 이와 함께 강남좌파 역시 특정 성향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의미가 확장된 측면이 있다. 강남좌파는 사회주의를 떠올리게 되는 진보의 이미지보다는 자유주의 경향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이 고학력의 화이트칼라 계층으로 학계나 전문직, 문화계 종사자가 많은 편이다. 다른 분야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급진적인 성향이 커 문화좌파(文化左派)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구에도 강남좌파와 유사한 개념이 존재한다. 미국의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과 프랑스의 ‘고슈 캐비아(Gauche Caviar)’, 영국의 ‘햄스테드 리버럴(Hampstead Liberal)’등이 대표적이다. 리무진 리버럴은 미국민주당을 지지하는 부자들을 이르는 말로 고급 리무진을 타고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을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고슈 캐비아는 ‘캐비아 좌파’라는 뜻으로 고급요리인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먹는 사회주의 성향의 고위층을 일컫는다. 햄스테드 리버럴은 런던의 부촌인 햄스테드 지역에서 유래한 말로 강남좌파처럼 진보주의 성향의 고소득, 고학력자들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최근 펴낸 ‘강남 좌파 2’(인물과사상사)를 통해 “조국 사태는 문재인 사태였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여론조사들에선) 조국 임명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반대에 문재인 지지자들의 상당수도 가담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문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자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사태’로 인식하고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희대의 ‘국론 분열 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쟁의 명분으로 ‘검찰 개혁’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태로 등장한 것이다.”

강남좌파는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을 띤 사람을 가리킨다. 한데 이 용어는 언젠가부터 한국 정치의 핵심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강 교수는 조국 사태로 위선에 둔감한 강남 좌파, 나아가 진보 진영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진보의 의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대표적 셀럽, ‘강남 좌파’의 상징인 조국 때문에 온 나라가 사실상 내전을 치룬 것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내전은 권력의 정점을 향해 무한질주를 해 온 ‘586 엘리트’가 최후의 승자를 놓고 벌이는 아마겟돈의 전조라고도 본다. 권력투쟁이 삶의 본질임을 20대에 갈파한 이 세대는 권력은 싸워서 ‘쟁취’하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혁명가는 권력이 땅에 떨어졌을 때를 알고 그것을 집어들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갈파했듯이 ‘혁명 세대’인 586은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검찰 쿠데타’로 규정함으로써 이 싸움의 본질을 권력투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조국 사태는 강남 좌파와 586 엘리트가 오랫동안 감춰온 위선과 욕망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본다. 권력 투쟁에서 이기려면 상대의 ‘아우라’를 가장 먼저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누구든 아우라를 잃으면 힘을 쓸 수 없고, 저항할 수 없다.

586의 전쟁만인가?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586 엘리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은 비슷했다. 대학생 때는 대부분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학생운동의 지도부였던 일부 엘리트는 20대부터 엄청난 상징 자본을 얻었다. 1987년 체제를 쟁취한 그들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기에 민주화 운동으로 얻은 상징 자본을 밑천으로 곧장 엘리트 코스로 진입했다.

이들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사회에 진출했다. 대기업, 언론, 법조, 관료, 시민운동으로 간 사람도 있었고 조국처럼 공부를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20대 중후반이었던 이때부터 30대 중후반까지 이들 세대는 조직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시민단체와 청년단체 활동을 병행하면서 개혁의 목소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30대 중후반이 되자 조직 내에서 에이스 소리를 듣는 엘리트가 되었다. 그때부터 조직 내 승자가 되기 위한 사내 정치가 본격화되었다. 술집과 골프장으로 몰려다니며 인맥을 쌓았다. 주식과 부동산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회에 진출한 지 20년이 흐른 40대 중후반이 되자 조직 내에서 승자가 결정되었다. 대기업 임원, 정부 고위급 인사, 검사장, 언론사 간부, 대학에서 테뉴어가 되었다.

조직 내 경쟁에서 이기고 대한민국 1%가 된 엘리트는 이때부터 조직 밖으로 눈을 돌리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동맹을 강화한다.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가 촘촘하고 끈끈하게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이익 동맹’을 구축한다. 강남 좌파도 기득권 동맹의 세련된 버전일 뿐이다. 10년이 다시 흘러 50대 중후반이 되자 마침내 대한민국 0.1%의 최후 승자가 되었다.

1990년대 386이었던 이들이 586이 되었다. 실망스럽게도 20년 동안 지적으로는 게을러졌고 도덕적으로는 해이해졌다. 30대의 그들에게는 들을 만한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득권 ‘꼰대’가 되었다. 세상의 변화를 읽는 ‘통찰’이 20년 전보다 못하다.

군사독재와 맞서던 20대의 용기도 없고, 개혁을 외치던 30대의 열정도 없다. 공적 마인드는 약해지고 사적 욕망은 커졌다. 사적 네트워크로 얽히고설키다 보니 ‘아는 사람’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위선적이고 이중적인데 부끄러움도 없다. 이미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는데도 개혁의 주체인 양 착각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성찰’도 20년 전보다 못하다.

통찰은 부족하고, 성찰도 없으니 ‘현찰’만 좇는 게 586 엘리트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 강남 좌파든 강남 우파든 이념이 아니라 대한민국 0.1%의 엘리트가 사는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깨끗하지만 무능한 진보’와 ‘유능하지만 부패한 보수’의 프레임이 작동했지만 지금은 둘 다 무능하고 둘 다 부패했다.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국 사태는 사법행정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 자질이 본질이다.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된 문제로 이해한다.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냐”고 비판했다.

대중은 이슈 자체가 아니라 이슈를 다루는 태도를 보고 정치적 지지를 결정한다. 조국 사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싸움을 물러설 수 없는 ‘진영 간의 전쟁’으로 규정한 전략적 오판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위험한 전략이다. 이 싸움은 보수 진영, 자유한국당, 언론, 검찰과의 싸움이 아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고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조국 임명에 대해 비판적인 지지층에 맞서고 있는 것이 이 싸움의 본질이다. 

조국과 윤석열의 전쟁  

지금은 검찰식의 제한적인 개혁을 하려는 검찰과 검찰을 송두리체 개혁하려고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진검승부에서 조국이 일단은 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제하 해방이후 지금도 정확하게 변화하지 않은 검찰의 정체를 다시 보여줬다는 것은 성과다.  그리고 검찰개혁을 너무 쉽게 생각한면도 있다.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졌다.

조국에 대한 견제는 야당에서 시작했지만 거기다가 기름을 부은 것은 검찰의 정경심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과 영장청구다. 그렇게 해서 조국 장관후보자는 견제하려고 했으나 문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한다. 야당은 법에 의한 청문회 조차 거부하여 막으려하자 조국 장관 후보자는 국민청문회라는 방식으로 언론에서 해명하다가 뒤 늦게 부실 청문회가 시작되자 검찰은 전광석화 같이 정경심 교수에 대하야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기소와 피의 사실 공포, 조국 일가에 대한 전방위 털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다. 정경심 교수를 일단 구속하고 기소는 했지만 재판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법원은 구속영장후 나온 혐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국 사태로 정치 회생을 한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부터 파행을 시작하여 국정감사을 이어 예결산과 패스트트랙 저지 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힘입은 검찰은 황운하 총경을 고리로 청와대에 매스를 가하는 중이라는 평이다.

청와대는 속수무책이고 여당은 조심스럽게 언론과 시민들을 앞세운 대리전 양상이다. 윤석열 검찰 총장의 운명도 알 수 없다. 조국을 구속시키지 못하면 그의 정치생명도 끝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난관을 이겨낸다면 차기 대권주자들이 될 수도 있다는 후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이라는 문대통령의 취임사가 ‘밀레니엄 세대’ 와 ‘Z세대’에게 비웃음으로 이탈을 가져왔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는 “이건 나라도 아니다" 라는 패러디가 되여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게는 내년 통선에서 넘어야 할 큰 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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