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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공의와 기본소득(차정식 교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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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18  19: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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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의 성서신학적 기초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B.A.), 미국 메코믹신학대학원(M.Div.), 시카고대학교 신학부(Ph.D.)에서 수학. 한국기독교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신약학회 회장 역임)

   
                             *  이 원고는 11월17일 '기독교인 기본소득 포럼' 창립 기념식에서 한 것이다. 

I. 기본소득의 개념과 현황

1. 기본소득의 개념: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의 정의)

2. 기본소득 논의의 배경: 1) 사회구성원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는 기존의 경제정책과 복지의 방책들이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가 나타나는 등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하여 낙맥상을 보임; 2) 저성장 또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완전고용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현실; 3) 시장의 효율성을 통한 자유경제시스템으로 다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구조를 가중시킴; 4)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금융자본주의 체제로써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는 현실

3. 기본소득의 기대효과: 1) 저소득층이나 극빈층의 최저생계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함으로써 생존의 밑천을 제공; 2) 장기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해소에 기여; 3) 소비지상주의의 체질을 극복하고 과도한 노동과 산재 사고를 강요, 방치하는 무한성장의 그릇된 신화에 제동을 걸어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촉진; 4)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직면하여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자영업자들의 생존을 견인하고 새 출발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

4. 기본소득 논의의 현황과 과제: 1) 현재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 의해 왕성하게 논의가 제출되었고, 이후 이에 대한 검증과 비판 차원에서 여러 지적들이 있었음; 2) 특히 그 많은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내서 조달하는가; 3) 알래스카 등 일부 국소지역에서 시행될 뿐,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나라가 없고 시행해도 지속가능성이란 견지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 3) 이에 대한 반론과 대안으로 국토보유세 등 재원 마련의 출처가 확보될 수 있고,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등과 같이 빈곤과 좌절에 처한 특정 집단 먼저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전국민 단위로 확대해나가자는 견해가 제시됨.

II.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성서신학적 기초와 제안

1. 구약성서의 경우

1) 창세기의 실낙원 전후 상황과 그 암시
-최초 인간의 생활공간인 에덴에서 동식물과 조화와 균형의 질서를 이루고 살던 방식은 철따라 자생하는 채소와 과일을 자족적 수준의 일용할 양식으로 취하는 채집경제의 향유지향적 질서 속에 탐욕적 동물사냥과 육식, 자본의 축적 없이도 넉넉한 삶의 보장됨;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식량을 채집하는 노동은 즐거움의 대상이었을망정 고통의 경험이 아니었음.
-그러나 선악과 사건 이후 실낙원 이후의 상황은 이 땅과의 적대적 관계 속에 거친 땅을 땀흘려 경작해야 먹고살 수 있는 고통스런 생계노동이 시작되었고, 유리하며 이웃생명을 약탈하거나 유랑하며 동물을 사냥하는 삶의 스타일로 전이됨.

2) 출애굽 이후의 광야생활과 만나 사건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집단 탈출한 출애굽 백성들이 광야에 머물던 시절, 일용할 양식으로 취했던 만나는 기초생계를 위한 초월적 은혜에 의한 식량공급과 균등분배라는 원리에 따라 일주일에 안식일 제외한 엿새간 날마다 베풀어졌고, 균등하게 분배됨.
-욕심에 따라 하루의 일용할 양식 이상을 거두거나 다음 날 양식까지 거두면 썩고 벌레가 생겨 아예 먹을 수 없게 되는 시스템이 만나 공급 시스템; 아울러, 각자가 먹을 만큼(1인당 한 오멜씩) 거두었고, 많이 거둔 자들이 적게 거둔 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균등하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공급 시스템; 안식일에 만나를 거둘 수 없었기에 엿새째는 그 다음날 몫까지 거두어도 썩어 냄새가 나지 않는 예외적 은총; 따라서 만나는 기본소득 이전에 그 광야백성의 기본생계를 뒷받침한 생존의 기반으로 작용.
-이 만나의 원칙(출 16:18: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 거두렀더라”)은 신약시대 바울의 모금 캠페인 원칙에 그대로 적용되어(고후 8:15) 여유 있는 이방인 교회에서 가난한 예루살렘의 유대인 공동체를 도와 비대칭의 경제구조를 최대한 균등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재현됨.

3) 기본소득의 원천으로서 십일조의 경제
-십일조는 자신의 소득 중 10분의 1을 하나님께 헌물(헌금)로 바치는 형식을 취해 공동체의 복지를 도모하고 빈민을 구제함으로써 특히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기본소득을 보전해주려는 배경에서 시행된 구약시대의 율법.
-십일조의 유형과 내용: 1) 본래 십일조는 하나님께 감사의 신앙을 고백하거나 서원할 경우 그 마음을 표하기 위해 바치는 성물로서의 개념으로 기원하여 율법화하기 이전에도 이런 거룩한 제물로서의 의미가 보전됨(창 14:17-20, 28:20-22, 레 27:26-34); 2) 레위인의 십일조(민 18:21-24)-토지를 분배받지 못한 레위인들이 제사장 직분을 수행하면서 제물로 바친 것이나 그들에게 정당한 몫으로 부여한 십일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함; 3) 사회경제적 약자의 생계보전을 위한 구제의 십일조(신 26:12-14)-레위인과 별도로 공동체 내에 우거하는 나그네, 고아와 과부 등이 성읍 안에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일종의 복지재원; 4) 공동체 축제의 기반으로서의 십일조(신 14:22-29)-토지소산의 십일조로 돈을 만들어 그것으로 포도주와 독주, 고기를 구입하여 공동체의 절기를 맞아 힘든 노역을 마친 구성원들이 모여 먹고 마시는 축제용 십일조.

4) 신명기의 약자보호법(신 24:19-22)
-약자보호법은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레 19:10)는 사랑 계명을 기본 원리로 삼아 그 이웃의 범주에 동족뿐 아니라 약자와 가난한 자, 나그네와 외국인 등을 포함하고 있음.
-이런 원칙 아래 당시 사회경제적 약자의 대표적 표상인 과부와 고아, 외국인 나그네를 위해 추수철에 곡식이나 과일(포도, 올리브)을 수확할 때 이들의 생계를 위해 다 챙기지 말고 그들이 먹을 것을 남겨놓으라고 하나님이 명령함.
-아울러, 과부의 옷을 담보물로 잡지 말고 빈한한 일용직 품꾼이나 우거하는 나그네를 학대하지 말고 품삯을 잘 챙겨줌으로써 그들의 기본 생계를 보전하라는 명령을 통해(신 24:14-16) 소외층에 대한 인권과 생존의 배려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었음.

2. 신약성서의 경우

1) 예수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마 20:1-16)와 메시지
-예수께서 천국을 포도원에 비유하면서 거기서 일할 일용직 품꾼에게 하루 품삯으로 1데나리온을 약속했는데, 오전 9시, 정도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 등으로 포도원 주인이 일을 시키려 고용한 품꾼들의 노동 시간이 각기 달랐는데 하루 일과가 끝나 품삯을 계산할 때 동등하게 1데나리온의 약속된 품삯을 주었다는 것; 늦게 일을 시작한 품꾼이 1데나리온을 받는 걸 보고 이들보다 일찍 들어와 더위를 견디며 온종일 일한 품꾼이 더 받을 줄 알았는데 똑같이 1데나리온을 받자 이에 불만을 품고 주인을 원망했다는 것; 이에 주인은, 내가 약속한 것을 주었으니 잘못한 것 없다, 나중에 온 사람에게 동등하게 계산해 품삯을 준 것은 내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한 것이니 불평 말라,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본다면 네 문제다, 이렇게 반박했다는 것.

-이 비유는 흔히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된다”(마 20:16)는 결론구에 비추어 먼저 부름받은 유대인들(또는 그들 중 기득권 특권층)의 선민주의 비판과 나중에 구원의 대열에 동참한 이방인들(또는 정치적 사회경제적 소외층)의 구원에 대한 옹호로 해석되지만,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루에 최저생계비로 1데나리온의 품삯은 각자의 기본 소득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경제정의의 관점에서 해석, 적용될 수 있음.

2) 사도행전(2:43-47; 4:32-37)의 유무상통 공동체와 그 과제
-오순절 성령 강림 직후 예루살렘의 기독 공동체에서 큰 은혜를 받아 일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개인 집과 땅을 팔아 공동체에 공동의 재원으로 희사하였고, 이것을 필요에 따라 나눠 쓰니 그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전 구성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참여한 일이 아니라 바나바와 같은 소수의 구성원들이 큰 재산을 기부한 결과로 한시적으로 가능했던 일. 실제로 아나니아와 삽비라 같이 결심은 했지만 온전하게 실행하지 못해 비극적 실패로 끝난 사례도 있었을 것.
-아울러, 이러한 유무상통의 공생체가 가능했던 것은 초기 예루살렘의 신앙공동체가 긴박한 예수 재림과 세상 종말 신앙, 내세의 보상 메시지에 동기 부여된 측면이 컸지만, 이후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못했던 것은 그 경제체제가 공동소유와 공동소비는 있었을망정 공동생산의 기반이 없었기 때문.
-실제로 이런 예루살렘의 경제적 공생체제는 제2의 바나바가 출현하지 않아 더 이상 무조건적 분배가 어려워졌고 스데반 핍박 등으로 내구의 구성원들이 흩어지면서 퇴락한 것으로 판단됨. 이후 10여년쯤 지나 이 공동체는 오히려 이방인 교회의 후원을 받아야 할 ‘가난한 성도들’의 집단으로 전락함.
3) 바울과 이방인 교회공동체의 모금 캠페인
-예루살렘 공의회(갈 2:1-10)에서 예루살렘의 가난한 유대인 성도를 구제하기 위해 바울과 이방인 교회가 자발적으로, 또는 예루살렘 교회의 요청에 따라 이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결정함.
-이후 각 이방인 교회에서 한꺼번에 모금하기보다 매주 정기적으로 모일 때마다 소득의 일부를 헌금으로 적립하여 용도에 맞춰 사용하기로 함(고전 16:1-2)
-마게도니아(빌립보, 데살로니가) 지역교회를 모델로 삼아 고린도교회에 제시한 모금 캠페인의 신학적 원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그는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8:9)
-바울의 모금 캠페인에 적용된 3대 원칙: 1) 자발성의 원칙(고후 9:5, 7); 2) 다다익선의 원칙(고후 9:6); 3) 균등분배의 원칙(고후 8:14-15); 4) 이타적 모델의 원칙(고후 8:1-5)

III. 기본 소득 구현을 위한 실천적 전략

1. 논의의 결론: 성서신학적 원칙에 비추어 볼 때 21세기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제어하고 코로나19 재앙의 비극을 성찰하며 인간다운 생태적 삶을 지향하기 위한 명분과 목적에 부응하여 기본소득의 타당성은 충분하게 인정됨.

2. 재원 마련 차원에서 국토보유세 등 기득권자들에게 더 많은 증세를 하기 위한 동기 부여 및 반발을 예방하는 고도의 대응 전략이 필요함.

3. 한꺼번에 과도한 예산 편성으로 생길 수 있는 국민 다수의 충격과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등 국부적인 타깃을 정하여 점진적으로 실시하다가 국민적 공감대가 증폭되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함.

4. 코로나19로 인한 영세자영업자들의 좌절과 궁핍 현실을 직시하여 한국교회가 마게도니아 교회의 이타적 모델로 분발하여 교회공동체 내에서라도 교회 예산의 일부와 일부 선량한 기부자들의 희사 자금을 기반으로 삼아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만들어 공동체 내에 생존의 위기상황에 처한 자영업자 및 빈곤층 교인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분량으로 분배하여 우리사회 전체의 각성을 유도하고 이타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전략이 동반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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