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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5  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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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김규복 목사 "죽는 날까지 민중과 함께 할 것"

'작은 자'들과 함께 한 지 34년.... 대전 대화동 '빈들교회' 담임목사직 은퇴

오마이 뉴스(장재완 기자,jjang153)
   

▲ '작은 자들의 벗' 대전 대화동 빈들교회 김규복(사진) 목사 은퇴 감사 마당이 24일
 
오후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개최됐다. ⓒ 이상호

노동자, 빈민, 철거민, 외국인노동자, 이주여성, 농민 등 이 땅 '작은 자'들과 한 평생을 함께 했던 대전 대화동 빈들장로교회 김규복(66) 목사의 은퇴감사마당이 개최됐다. '작은 자들의 벗, 길을 떠나다'라는 주제로 24일 오후 대전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김규복 목사 은퇴 감사 마당'은 노동운동과 빈민운동, 시민운동에 온 삶을 바친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대전지역 동지와 후배들이 마련한 자리다.

연세대학교 학생으로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그는 긴 수배생활과 두 번의 투옥을 경험했고, 갖은 고문으로 병을 얻기까지 했다. 요양 차 내려왔던 대전에서 신학을 시작하게 됐고, 1984년 대전 대덕구 오정동 지하에서 첫 개척예배를 드리며 빈들교회를 시작했다.이후 공단이 있어 빈민들이 밀집해 있는 지금의 대화동 빈들교회 자리의 낡은 창고를 빌려 손수 예배당과 사택으로 고쳐가며 지금까지 34년 동안 목회를 해왔다. '바닥이 하늘이다'라는 말이 그의 '지침'이 될 만큼, 그는 항상 '낮은 곳', '작은 자'와 함께 했다. '노동상담소'를 만들어 노조설립지원활동과 노동현장지원활동을 했다. 또 산재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함께 극복했다.

'섬김과 나눔' 공동체를 만들어 힘들고 어려운 자들의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었다. 대전 용두동 철거민들이 한 겨울 내내 대전 중구청 앞 거리에서 비닐을 덮고 노숙투쟁을 할 때, 그와 그의 교인들은 그들과 함께 매일 잠자리와 밥을 나누며 연대했다.이주노동자들이 매를 맞고, 쫓겨 날때도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그였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대전외국인노동자와 함께 하는 모임'을 만들어 그들을 보살폈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등 이국땅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품에 안았다. 또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대화동 지역 아이들, 그리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며 보살폈다.뿐만 아니라 녹색연합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장 앞장 선 자리에서 환경운동과 생명살림운동을 해왔고,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로서도 지역사회의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 우리쌀지키기, 4대강 사업 반대, 송전탑 반대운동, 강정마을지키기, 세월호 참사 대책활동, 도시재생연대활동 등 대전을 넘어 전국 어디든 그의 투쟁은 쉼이 없었다.그런 그가 이제 빈들교회 담임목사의 직을 벗었다. 법정 은퇴 연령보다 빠른 은퇴다. 이미 그의 뒤를 이을 허연 목사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하나님의 은혜로 병 얻어... 고문 같은 지난 세월, 기쁘고 행복했다"  
   
▲ '작은 자들의 벗' 대전 대화동 빈들교회 김규복 목사 은퇴 감사 마당이 24일 오후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행사 안내 포스터(왼쪽)와 김규복 목사 약력. ⓒ 빈들교회
  그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은퇴라는 말은 그 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다. 평생 죽을 때까지 이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그런데 마침, 하나님의 은혜로 병을 얻어서 계속해서 같은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지난 세월 저는 '고문 같은 세월'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왔다"며 "그것은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와 함께한 '벗'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저의 은인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이어 "저는 비록 교회를 떠나지만 민중의 곁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죽는 날까지 민중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그 동안 너무 의욕이 넘쳐서 저의 건강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고, 예수를 닮는다는 무모한 욕심에 제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모든 것에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 목사의 지나 온 삶을 되돌아보는 '영상상영'과 '약력소개'에 이어 '노래와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다. 박홍순 대전민예총 사무처장과 김창근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지도위원, 김옥연 경인여대 교수 등이 김 목사와의 일화를 소개한 뒤 '사랑일기'·'심장에 남는 사람'·'이 세상사는 동안' 등의 노래를 부르며 지난 날의 헌신적 활동에 감사했다.또한 빈들교회 교우들과 이주여성 정다희 씨는 각각 '민중의 아버지'와 '만남'이라는 곡의 노래를 불렀고, 정의당대전시당 밴드 '파르티잔'은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로서 김 목사의 앞길을 축복했다.시낭송도 이어졌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이성우 위원장은 '스스로 길이 되다-김규복 목사님 은퇴식에 부쳐'라는 시를 통해 김 목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이 시에서 이 위원장은

"가난이 축복이고 고난이 영광이며/적은 것이 소중하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예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쉬워도/ 말씀에 따라 한결같이 사는 것은 어렵습니다/남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 가르친 대로 자신이 사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고 기도만 하기보다/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오신 김규복 목사님"이라고 김 목사의 삶의 반추했다.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오병이어가 성서 속의 기적이 아니라/ 우리 뜻과 힘 모아 이루는 해방 세상이라고/ 길을 만들고 길을 다진 목사님께서/ 이제 스스로 길이 되어 더 크고 넓은 곳으로 가십니다/ 바닥이 하늘이고 빈들이 희망이다/ 당신의 길을 밟아 우리 지금 빈들로 갑니다"라고 그의 길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이처럼 그에게 무한 감사를 전하는 동지와 후배들에게 김 목사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이라는 노래로 감사의 뜻을 되돌려줬다. 그는 노래 가사에서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라고 노래하며, 지난날의 삶이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 '작은 자들의 벗' 대전 대화동 빈들교회 김규복 목사 은퇴 감사 마당이 24일 오후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김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는 대전지역 노동계, 시민사회계 인사들. ⓒ 이상호 기자

또한 이날 노동계와 시민사회, 갑천도안친수구역 주민,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김 목사에게 감사패와 표창패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과 함께 그의 은퇴를 축하했다.끝으로 이날 행사는 모든 참석자들이 일어나 손을 잡은 채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가사의 노래 '상록수'를 부르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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