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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2  2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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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소득제 알아보기 

최근 우리 국회에 기본소득법안 두 개가 발의됐다. 2020년 9월 16일 조정훈 의원 등 14인(조정훈, 이수진(비례), 김승원, 양정숙, 허 영, 이규민, 류호정, 김민석, 김남국, 이동주, 서영석, 유정주, 양이원영, 민형배 의원)이 기본소득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9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회부됐다. 9월 24일 소병훈 의원 등 12인(소병훈, 김승원, 양정숙, 정성호, 이수진(비례), 김남국, 허영, 임종성, 정청래, 주철현, 서영석, 윤재갑 의원)도 기본소득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9월 25일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회부됐다.
   
 
조정훈 의원의 기본소득법안
조정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은 대한민국의 실거주민(대한민국 국민과 영주자격을 가진 외국인)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금전(또는 지역화폐)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통령 소속으로 기본소득위원회(2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를 두도록 했는데, 이 위원회가 연간 기본소득 금액의 결정,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와 평가, 기본소득의 지급 방법, 정비대상제도의 개선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그리고 기본소득위원회가 기본소득의 효과적인 시행 방법 및 정책적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기본소득실험)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기본소득위원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기본소득실험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 제17조는 '기본소득 예비시행'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본소득위원회는 2023년 이전까지 재정 부족 등의 사유로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한민국의 실거주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연령·성별·주거·기타(대통령령이 정한)의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법안 제18조는 기본소득 금액의 결정을 다루고 있다. 기본소득위원회가 매년 기본소득 금액을 결정하도록 했는데, 기본소득 금액의 상승률 또는 감소율은 연 10퍼센트 이내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기본소득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의 기본소득 금액은 월 30만 원 이상으로, 2024년의 기본소득 금액은 월 35만 원 이상으로, 2029년의 기본소득 금액은 월 50만 원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더불어, 2029년도 이후의 기본소득 금액은 전년도 국내총생산(GDP)의 100분의 10을 인구수로 나눈 금액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소병훈 의원 기본소득법안
소병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은 기본소득의 목적과 정의 등에서 조정훈 의원 등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다른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 법안은 '국가기본소득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위원회는 기본소득에 관한 주요 사항(기본계획의 수립 및 변경, 기본소득 지급액의 결정, 기본소득 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 및 개선)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도록 했다. 이는 조정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이 기본소득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도록 한 것과 다른 점이다.

국가기본소득위원회(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위원으로는 기획재정부장관 등 관련 부처의 장관이 당연직 위원이 되도록 했으며,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규정했다. 이 부분도 조정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과 차이가 나는데, 조 의원 법안에서는 대통령이 위원장 또는 위원을 임명하기 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위원장 또는 위원이 될 후보를 국민으로부터 추천받도록 규정했다.

또 이 법안은 제7조에서 국무총리로 하여금 5년마다 기본소득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했는데, 이 기본계획에는 기본소득의 목표 및 추진 방향,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조달방안, 기본소득에 관한 제도 개선 및 관계 법령의 정비, 기타 기본소득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했다.

법안 제12조에서 국무총리가 매년 12월 31일까지 국가기본소득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 다음 연도의 기본소득 지급액을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지급 받으려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기본소득의 지급을 신청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기본소득의 지급을 결정하고, 이를 현금 또는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 제24조에서는 기본소득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제1항은 "이 법에 따라 보장기관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3제1항의 개별가구의 실제소득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로 규정했고, 제2항에서는 "이 법에 따라 보장기관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개인소득세 부과를 목적으로 하는 과세소득이 아닌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본소득법안  요건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은 '국민의 기본 생계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현금을 정부가 지급하는 것'이므로 좋은 것 또는 의도가 선한 것으로 국민에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기본소득은 고유담론과 무관하다. 기본소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이란 용어의 이런 측면, 즉 보통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우호적 성격의 '일반명사'로 이해하는 경향을 악용한다. 기본소득은 고유담론으로 5가지의 요건을 모두 갖출 때라야 기본소득 명칭이 허락된다. 즉, 사회구성원 모두에게(보편성) 개인을 대상으로(개별성) 아무런 조건 없이(무조건성) 매달 지속적으로(정기성)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충분성)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수년 전에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내부의 조직적 논의를 거쳐 기본소득의 '충분성' 요건을 제외했다. 충분한 금액이 아니라 푼돈을 지급하더라도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이들의 변형된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기본소득 제도의 취지이자 본질적 목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의 실질적 자유 구현'은 실현하기 어렵게 된다. 무차별적 푼돈 지급으로는 실질적 자유가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도 충분성 요건을 갖춘 기본소득 제도는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기본소득 주창자들의 '완전기본소득' 논리에 따르면, 모두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GDP가 2000조 원이므로 이것의 25%는 500조 원이고, 이를 5200만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월 80만 원씩 돌아간다. 이 금액은 2020년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의 현금 급여인 1인 가구의 생계급여(52.7만 원)와 주거급여(서울 26.6만 원, 광역시 17.9만 원)를 합한 금액과 비슷하다. 2020년 중앙정부 재정이 512조 원임을 감안할 때, 500조 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기존소득 주창자들은 중간 이행 전략으로 1인당 GDP의 10~15%를 지급하는 '부분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두에게 매달 32~48만 원을 지급하면 부분기본소득이 성립된다. 월 32만 원씩 지급하려면 GDP의 10%인 200조 원이, 월 48만 원씩 지급하려면 GDP의 15%인 300조 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의 충분성 요건과 관련해 이번에 국회에 발의된 두 기본소득법안은 어떤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들도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 같다. 이 법안 제17조에는 '기본소득 예비시행'이 규정돼 있는데, 2023년 이전까지 재정 부족 등의 사유로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본소득위원회가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연령·성별·주거·기타(대통령령이 정한)의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가령, 24세 청년이나 농촌 같은 특정 지역 등 각종 기준에 따라 선별적 기본소득을 지급해도 좋다는 뜻이다. 기본소득의 요건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보편성인데, 이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방식의 현금 지급에 대해 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명백하게 가짜 기본소득이다.
   
 
이재명 경기 도지사의 기본 소득안 
이재명 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토보유세로 연간 15~20조 원을 걷어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국민 1인당 매달 2만4천~3만2천 원씩 돌아간다. 정부 재정 15~20조 원을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다 보니, 이렇게 푼돈이 되고 만 것이다. 이 금액을 모두에게 나눠준다고 해서 우리 국민의 실질적 자유가 구현될 수 있겠는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실질적 자유의 구현이라는 기본소득 담론의 철학과 비전을 상실한 푼돈 기본소득은 가짜 기본소득임이 분명하다. 배척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다. 왜냐하면 이것이 복지국가의 미래를 망칠 ‘포퓰리즘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병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은 이재명 지사의 온갖 가짜 기본소득이 대한민국 정치에 똬리를 틀 수 있도록 합법적 틀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이다.

소병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 제24조가 규정하고 있는 기본소득 특례는 "이 법에 따라 보장기관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3(소득인정액의 산정) 제1항의 개별 가구의 실제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기본소득 금액을 개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수급 가구가 기본소득을 받은 후 그 금액만큼을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에서 삭감 당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원칙적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기존의 현금성 복지를 모두 폐지하고(사회보험은 제외하더라도), 여기서 나오는 재원에다 추가적 세수를 더함으로써 충분한 기본소득 금액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 그런데 이 법안의 해당 조항은 기존의 현금성 복지는 그대로 둔 채, 푼돈 기본소득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에 해당한다.

게다가 기본소득법안 제24조 제2항에서는 "이 법에 따라 보장기관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개인소득세 부과를 목적으로 하는 과세소득이 아닌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LAB2050의 국민기본소득제가 지급된 기본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기획과 다른 점이다. 왜 그럴까? 원칙적인 의미의 부분기본소득을 설계하자면, 필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LAB2050의 국민기본소득제의 경우처럼 기본소득 지급액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푼돈 기본소득이라면 굳이 과세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처럼 국토보유세로 연간 15~20조 원을 걷든 아니면 기존의 정부 재정에서 빼내든 국민 모두에게 월 2만4천~3만2천 원씩의 푼돈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한다면, 굳이 이 금액에 과세를 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전 국민 기본소득 로드맵'에 의하면, 1단계엔 국민 모두에게 연 1회 15만 원씩을 지급하는데, 여기에 연간 7.8조 원이 소요된다. 2단계엔 연 2회 15만 원씩(연간 15.5조 원 소요), 3단계엔 연 4회 15만원씩(연간 31.1조 원 소요), 그리고 4단계 이후부터는 매달 15만 원 이상을 지급하도록 기획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등 푼돈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권력의 의지에 따라 기본소득 1단계와 2단계는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연간 7.8조 원에서 15.5조 원의 재정을 마련함으로써 이런 식의 푼돈 기본소득은 충분히 실행 가능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소병훈 의원 등의 기본소득법안은 제33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소득 재원이 충분히 마련될 때까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연령별·지역별 대상을 한정하여 우선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청년이나 농촌 등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결국, 이들 기본소득법안은 현재 경기도가 조례를 통해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청년기본소득·농민기본소득·농촌기본소득 등의 가짜 기본소득, 즉 기본소득의 보편성 요건을 어긴 선별적 기본소득을 옹호해주는 엉터리 법안이자 포퓰리즘 정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 모두에게 일생에 걸쳐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즉, 보편적 복지는 소득 보장과 사회서비스 보장을 의미한다. 보편적 복지의 '소득 보장'에는 사회보험과 사회수당이 있다. 사회보험은 소득 단절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제도적 장치(산재·고용·질병보험·국민연금)이고, 사회수당은 일정한 특성을 공유한 인구에게 정부가 재정에서 매달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아동·장애인·노인수당 등)이다. 다음으로 '사회서비스'에는 일생에 걸쳐 작동하는 보육·교육·의료·요양과 직업훈련·평생교육·일자리의 보장뿐만 아니라 보편적 주거 보장도 포함된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보편적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즉, ①대상자 모두를 포함하고 ②적정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 보편주의(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복지)이다. 선진 복지국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를 위해서는 큰 재정 지출이 요구된다. 경험적으로 GDP의 약 25%가 공공사회복지에 지출돼야 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복지 지출의 비중이 GDP의 11%로 OECD 평균(20%)의 55% 수준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실질적 보편주의를 달성하는 한국적 복지국가 건설이다. 시급한 것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고용을 확충하는 일이며, 동시에 보편적 복지(소득과 사회서비스 보장)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이 길을 빠르게 달려왔다. 가던 길을 재촉해야 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나눠주면서도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20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한 두 개의 기본소득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기본소득이 학술적 논쟁을 넘어 현실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 부분기본소득이든 푼돈기본소득이든, 진짜기본소득이든 가짜기본소득이든, 모두 포퓰리즘 정치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국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은 제도의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재정 지출을 놓고 서로 경합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무차별적 보편성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보편적 복지국가는 각종 사회적 위험에 처했거나 생애주기에 따라 복지 필요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충분한 지원을 받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그렇다면, 기본소득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자

첫째,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사회보장)에 비해 복지 효과가 현저하게 작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누구라도 실업·질병·산재·은퇴·출산·육아 등의 사회적 위험이나 각종 복지(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회안전망과 복지체제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 가령, 실업의 경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가 충분히 지급된다. 우리나라도 월 160만~198만 원을 지급한다(2019년 고용보험 재정 연간 9.3조 원 소요). 선진국들은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훨씬 높다. 그런데 GDP의 10%짜리 부분기본소득(연간 200조 원 소요)의 경우라도 기본소득 지급액은 1인당 월 32만 원에 불과하다. 기본소득은 소액의 현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에 비해 필요 충족의 복지 효과가 작다.

둘째,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사회보장)에 비해 경제 효과가 현저하게 작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경기 침체 때 한계소비성향이 큰 실업자와 경제적 약자들이 충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가령,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빈자가 많아지면 고용보험과 공공부조 등이 작동해 정부 측에서 가계(시장)로 재원이 이전돼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반대로 경기 활성화 때는 고용보험과 공공부조의 지출은 줄고 세금 수입은 늘어나므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줄어든다. 사회보장의 경기조절 기능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언제나 모두에게 소액의 동일 금액을 나눠주므로 소비 진작의 경제 효과가 작고, 경기조절 기능은 아예 없다.

셋째,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누진적 증세를 추진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핵심은 급여 방식의 차이다. 획일적 평등 급여인 기본소득보다 형평 급여 방식인 보편적 복지에서 소득재분배 효과가 훨씬 더 크다. 게다가 부분기본소득 지급에 사용될 연간 약 200조 원 중에서 100조 원 정도는 기존 복지의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것인데, 사회적 위험(실업·빈곤 등)에 처한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받던 100조 원의 공공복지를 회수해서 부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므로 기본소득은 역진적 재분배를 초래하게 된다. 어렵게 마련한 정부 재정을 보편적 복지에 투입하는 것이 기본소득 방식보다 소득재분배에 훨씬 유리하다. 이는 각종 사회적 위험과 복지 필요 상황에 처할 확률이 경제사회적 약자에게서 더 높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를 제대로 건설해야!
최근 국회에 제출된 기본소득법안들은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고도화 등에 따라 전통적 산업 기반이 변화되면서 고용 불안, 소득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법안의 제안 이유로 들고 있다. 더불어, "혁신기술의 도입을 통해 생산성은 증대되었으나 고용의 기회는 줄고 있고, 생산성의 증대로 생겨난 이익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특정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빈부격차가 커지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이들 문제의 해법이 기본소득일 수는 없다. 북유럽을 위시한 제대로 된 보편적 복지국가들은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실질적 보편주의'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기본소득 담론은 기존의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면서 기본소득 도입의 불가피성을 설파해왔다. 그런데 주요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기존의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를 포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도 없다. 왜냐하면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가 플랫폼 경제의 진전과 고용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조건 변화에 능동적·제도적으로 대응하고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보편성
명백하게 말하자면, 기본소득의 보편성(또는 보편주의)은 보편적 복지의 보편성과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기본소득은 '무차별적 보편성'일 뿐이다. 이에 비해, 복지국가의 보편주의(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보장을 의미한다. 즉, 무차별적으로 아무 때나 모두에게 복지가 제공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위험에 처했거나 복지 필요(욕구)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기본소득법안에서 보는 것처럼 '기본소득이냐 선별적 복지냐', 이런 식의 구도를 설정하는 것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포퓰리즘 정치에 가까울 뿐이다.

또, 기본소득법안들은 마치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소득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진실은 정반대 편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에 비해 원리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게 뒤떨어진다. 기본소득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개인에게 똑같이 현금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인 단위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계산할 때보다 이를 가구 단위로 환산해보면 결과는 더 한심해진다. 왜냐하면 상위 소득계층일수록 가구원의 수가 많고, 하위 소득계층은 대부분이 1인 혹은 2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에게 동일한 현금을 무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방식은 결국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게 뒤떨어진다.

최근 제출된 기본소득법안들은 공유자원과 공공의 기여에서 나오는 부(wealth)를 모두에게 분배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편다. 이 주장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공유부(common wealth)를 모두에게 현금으로만 배분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공유자원과 공공의 기여에서 나오는 부를 사회서비스 형태로 모두에게 분배하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고 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구나 일생에 걸쳐 필요로 하는 보육·교육·직업훈련·고용·의료·요양·돌봄·주거 등의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복지-일자리-경제의 유기적 발전에도 기여하고 장차 4차 산업혁명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는 중대한 방책이 된다. 이것이 바로 경제-복지체제에서 실질적 보편주의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이며, 지금 우리가 서둘러 가야 할 길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발전 역사와 국제 사례

기본소득이란  
요약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모든 개인에게 자산조사나 근로취업에 대한 요구 등의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고, 구성원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의 ‘기본권’ 차원에서 출발하며, 기초생활수급이나 실업수당과 같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평생 동안, 충분한 금액을 규칙적으로 지급하는 복지 정책이다.

국가나 정치 공동체가 모든 시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 소득 및 자산 조사를 하거나 근로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은 기초생활수급, 실업수당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재산이나 소득이 얼마인지, 취업 경험이나 구직 의사가 있는지 등을 따지지 않고, 사회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으로 지급한다. 평생 동안, 충분한 금액을 규칙적으로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취지는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고,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것으로, 인간의 실질적인 자유를 영위할 수 있는 일종의 ‘기본권’으로 접근한다. '권리'로 간주되는 만큼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되며, '실질적 자유'의 취지에 따라 현물이 아닌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기본소득 논의 역사 
모두에게 조건없이 소득을 제공한다는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는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철학가 토마스 페인은 토지가 공공재이므로 지대 수입을 모두에게 일정하게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초기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는 수렵, 채집, 방목 등의 '기본적 자연권' 대신 최소 생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그를 이은 조셉 샤를리에는 1848년 토지의 임대료에 해당되는 금액을 모든 시민에게 매월 지급하는 토지 배당을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20세기에는 정치사상가들의 아이디어를 넘어 실질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1960~1970년대 미국에서 기본소득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다. 제임스 토빈 등 여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시민보조금(demogrant)'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 제도을 지지했다. 신자유주의의 창사자로 알려진 밀튼 프리드먼과 조지 스티글러도 '마이너스 소득세각주1) '를 주장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정치운동으로도 번져 저명한 흑인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8년 암살당하기 전 쓴 책에서 "빈곤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본소득 보장"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닉슨 대통령은 가족단위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나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고, 197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맥거번도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웠으나 패배했다. 미국 뉴저지와 시애틀, 캐나다 매니토바 등에서는 사회적 실험이 벌어지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덴마크와 네덜란드, 독일 등 북서유럽의 몇몇 나라들에서 기본소득 제안이 활발하게 토론됐다. 1986년 현대 기본소득 이론의 주창자 중 한명인 판 파레이스 등 유럽의 기본소득 연구자들은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를 결성했고 2004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로 발전시켰다. BIEN은 전 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연대기구로 2009년 한국에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조직됐다.
   
 
기본소득 해외 사례
기본소득 제도는 전지구적인 '실험' 단계에 있다.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일부 지역 혹은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해 기존 복지제도를 대체할 정책으로 가능한가를 따져보고 있으며, 인도나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벌어진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기본소득 지급이 빈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상당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알래스카 영구기금
미국 알래스카 주는 기본소득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1974년~1982년까지 8년동안 알래스카 주지사를 맡았던 제이 해먼드는 알래스카 주가 보유하고 있는 많은 석유 자원이 시민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석유 수입의 일부를 자금으로 사용해 1976년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조성했다.

초기에는 거주한 햇수에 비례해 배당금을 매년 지급하는 형식을 제안했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평등보호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결을 내렸고, 1982년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지난 5년간의 석유 수입에 기반한 배당금 형태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배당은 1982년 1000달러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가장 높은 금액은 2008년의 3269달러 였다. 기본소득제도는 알래스카를 미국에서 가장 평등한 곳이 되도록 돕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 마디야프라데시
인도의 노동조합이자 여성운동단체인 SEWA(자영업여성연합: 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는 2011년 6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마디야프라데시 주에서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다.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성인 1인당 200~300루피(약3300~5000원), 어린이 1인당 100~150루피(약 1600~2500원)을 매달 현금으로 직접 지급했다. 결과 어린이 영양실조가 크게 개선됐고, 학교 출석률이 높아졌으며, 소득수준이 향상됐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오미타라 지역에서는 민간단체들이 합작해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지역주민 930명에게 매달 100나미비아 달러(1만4000~1만5000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이 실시됐다. 결과 빈곤율과 실업률이 큰 폭으로 낮아졌고 소득 상승률이 증가했다. 임금과 농업생산량, 자영업 소득도 증가했다.

스위스
스위스의 '조건없는 기본소득을 위한 시민단체 모임'은 2011년부터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헌법개정 시민운동을 실시해 약 1년 반만에 총 12만 6000명의 서명을 모아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발의 내용은 헌법에 '연방 정부는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을 도입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재원과 규모는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지난 2016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린 국민투표와 관련하여 나온 기본소득(Revenu de Base Inconditionnel) 찬성 투표를 호소하는 포스터. '기본소득 덕분에 삶을 선택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린 국민투표와 관련하여 나온 기본소득(Revenu de Base Inconditionnel) 찬성 투표를 호소하는 포스터. '기본소득 덕분에 삶을 선택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기본소득의 보장액은 약 2500 스위스프랑(한화 약 289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시민단체 모임에서 주장하는 액수로 구속력은 없었다. 이러한 발의안을 두고 2016년 6월 5일 국민 투표가 시행되어 찬성 23%, 반대 77%로 부결됐다. 그러나 스위스의 국민투표는 개념조차 낯선 '기본소득'을 두고 국민투표까지 실시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핀란드
핀란드는 1980년대부터 복지체계의 경직성 등을 비판하며 기본소득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 핀란드 녹색당이 440유로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1년에는 좌파연합이 모든 성인에게 620유로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집권한 중도 우파 세력이 '기본소득의 실험'을 약속한 뒤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핀란드 정부는 2017년부터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유로(한화 73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2년간의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평가되면 지급대상을 프리랜서, 소기업과, 파트타임 근로자 등 저소득 그룹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핀란드의 실험은 기본소득에 대한 우파적 접근에 가깝다.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기본소득 시범 사업의 목표를 "시민들의 노동 의욕을 촉진하고, 사회보장 체계를 단순화해서 공무원의 개입을 줄이며, 공공재정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노동·육아·연금 등 각종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해 사회보장제도 관리비용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덜란드
네덜란드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인 위트레흐트를 비롯한 19개의 지방자치체 정부도 기본 소득 실험을 준비중이다. 위트레흐트 시 계획은 사회보장급여 수급자에게 기존의 수당 대신 월 660파운드(약 1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사례
한국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야권의 대선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각각 기본소득제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생애주기에 맞춘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제안했다. 현행 복잡하게 운영되는 수당 등 복지정책을 생애주기별로 기초소득으로 매칭하고, 매칭 수당이 없는 경우 수당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아동수당-청년수당-실업부조제-상병수당제-장애수당-기초연금'으로 이어지는 '복지체인'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016년 1월부터 성남시에서 '부분적 기본소득 제도'로 평가되는 청년 배당을 시행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 2800만 명에 대한 기본소득 지급안을 내놓았다. 노인과 장애인, 30~64세 농어민에게 연간 100만 원을 지역화폐 등 쿠폰 형태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시장은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28조 원으로 보고, 재정 조율과 법인세 증세, 초고소득자 증세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으로 밝혔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성남시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배당은 이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이라면 빈부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분기당 25만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연 4회 지급하는 사업이다. 배당금은 현금 대신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소상공인,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2020년 전 세계로 확산되어 팬데믹 사태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실물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2020년 6월 제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경기 회복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을 위한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찬반 논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소득불평등을 어느정도 시정하고 불안정 노동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기본소득 제도 도입의 긍정적 효과로 기대된다. 또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일자리 감소에 대한 위기감도 기본소득 논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기술혁신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전세계에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위기에 앞서 국가가 기본적인 소득안정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국민에게 동일한 세율로 과세하고, 동일하게 분배하면 대다수가 순수혜 계층이 되어 복지 확대에 따른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또 수급자를 선별하기 위한 심사과정과 행정적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와 낙인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소비가 증가하고 창업활성화 유도로 연결되어 경제도 좀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스위스가 실시한 기본소득 제도를 둔 국민투표가 부결된 가장 큰 요인도 재원에 대한 우려였다. 당시 스위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정부 지출의 세 배가 넘는 248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서부터, 기본소득이 노동의지를 감퇴시켜 노동시장 이탈을 촉진하고 사회전체의 생산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난민 수용에 관한 논쟁이 격화한 유럽에서는 이민자들도 기본소득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도 논쟁 지점이 된다.

이외에도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을 전면적으로 재편하거나 기본소득과의 병립 방식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기본소득 금액이 충분히 높게 책정되지 않는 한 연금생활자 등 기본 복지 대상자들이 받던 혜택을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활 수준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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