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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 목사  |  yukj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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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28  16: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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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지 않는 신앙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것이 진리로 통하는 사회요, 그것에 저항하지 말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생활 태도로 통하는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유독 혼자만 타협하지 아니하고 저항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요, 비웃음과 조롱을 받게 되고 마침내는 따돌림을 받아 그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넓은 길로 가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고 의의 길이 아닐 때는 단호하게 그 길을 거부하고 진리의 좁은 길로 가야 한다고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 2절에서 “이 세대의 풍조를 따르지 말라”고 권면하였습니다.

바벨론에 포로 중에서 선택되어 궁중관원이 된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라는 유다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바벨론의 왕인 느부갓네살이 금으로 큰 신상을 만들어 세우고 누구든지 여기에 절하지 아니하면 뜨겁게 타오르는 풀무불 속에 던져 넣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청년들은 절하지 않았습니다. 왕이 그들을 풀무불에 넣겠다고 위협하였으나 끝까지 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평시보다 7배나 더 뜨거워진 풀무불 속에 던져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불 속에서 구원하셨습니다. 그들의 신앙은 타협하지 않는 신앙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대표적인 비타협주의자였습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타협을 거부하고 외로운 진리의 길을 가신 분입니다. 오늘날 경제적인 성장을 통하여 풍요해진 이 사회는 행복이 화려한 자동차와 웅장한 주택과 값비싼 옷에 있는 것처럼 우리를 유혹하지만 예수께서는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의 재산이 그의 목숨에 늘여 주지는 못한다”(눅 12:15)고 경고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모두 권력을 얻으려고 발버둥질 할 때 그리고 그 권력으로 그를 위협하고 죽이려 할 때 결코 그 권력과 타협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세상의 나라처럼 권력에 의한 지배나 통치가 아니라 오히려 섬김과 희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교훈하셨습니다. 또한 우리가 그 권력의 횡포와 압제 밑에서 의를 위하여 고난 받기를 거절하고 신념의 길보다 오히려 굴종의 길을 가려 할 때 예수께서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이 세상의 것과는 타협을 하지 않으셨기에 마침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 십자가를 통하여 이 세상의 질서를 하나님 나라의 질서로 바꾸는데 성공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물질이나 권력이나 명예가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이 세상을 그런 것들 없이도 살 수 있는 세계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우리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가게 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 길로 가는 사람이 많으나 생명에 이르는 문은 작고 그 길이 좁아 그 길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씀하여 주십니다. 그 길이 비록 좁더라도 비타협의 길로 나갈 때 거기에 생명이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이와 같이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비타협을 요구하고 계시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아니 그 거대하게 흘러가는 탁류를 거슬려 갈 용기가 없어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고상하고 더 높은 이상을 가졌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며 이상을 말함으로 받을 조소와 핍박이 두려워 입을 다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리의 혈관 속에 맥박 쳐 흐르고 있는 순교자의 전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초기 천주교의 순교자들의 정신이 우리 속에 깃들어 있고, 일제 강점기 아래서 굽히지 않았던 철저한 신앙투사들의 그 용기가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결코 무기력하게 타협의 길로만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결코 불의를 용납할 수 없으며,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세상의 삶이 하나님 나라의 표준에 일치될 때까지 투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오직 복음이 지시하는 정의와 평화와 사랑에 몸 바쳐 온 훈련된 비타협주의자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역사 속에서 이어받는 신앙의 전통은 마틴 루터나 본회퍼나 주기철 목사 같은 비타협의 역사적 인물에서 배운 것입니다. 만약 우리 한국교회 역사에 주기철 목사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타협할 줄 모르는 철저한 신앙인 하나가 역사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입니다. 오늘 우리 한국교회는 이 세대의 또 다른 주기철 목사를 배출해 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맥맥히 이어져 오는 프로테스탄트의 전통이 우리에게서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비타협의 길은 결코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이것은 고난의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는 것이며, 때로는 모진 고문과 옥중의 음침한 냉기 속에 버려져 가족들로 가슴 조이며 애통하게 하는 것임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십자가를 지지 않고서는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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