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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 출현의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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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8  23: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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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신학 출현의 계기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해방신학을 출현케 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의 경험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라틴아메리카의 수백만 명의 형제자매들이 당면하고 있었던 불의한 가난의 삶의 현장이었다. 이 삶의 현장 한 복판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은 출애굽의 모세와 예수의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상황은 결코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음을 보게 된다. 해방신학은 이러한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신학은 상아탑 안에서의 이성적인 성찰의 결과가 아니라 처절한 가난의 삶의 현장으로부터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씨름함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는 한 여인이 그녀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 1974년의 돔 헬더 카마라 주교.(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브라질의 주교 돔 헬더 카마라(Dom Helder Camara)는 어느 날 헤시피의 한 가난한 동네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는 한 여인이 그녀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생명이 생명을 돌보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되었던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어떤 붉은 액체가 아이의 입 옆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간 그의 눈에 띈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참혹한 장면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수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여인이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엄마의 젖을 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젖에서는 모유가 나온 것이 아니라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 그리고 그 젖에서 엄마의 피를 빨고 있는 어린 아이! 이 장면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사목생활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겪어야만 하는 참혹한 가난의 삶의 현장은 그의 사목생활의 방향을 결정짓게 만들었다. 가난한 삶의 현실이 해방신학을 출현케 한다. 그는 평생을 통하여 젖이 아닌 피가 나오는 젖을 먹이고 있는 엄마와 그 아이의 모습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그의 사목의 현장에서 가난과 싸우며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거대한 죄악의 세력을 대항하여 싸우다가 세상을 떠났다. 돔 에우데르 카마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주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왜 가난해야 했는가를 물으면서 그 가난의 이유와 대항해 싸우며 그 안에서 진정한 구원의 역사 즉 해방의 역사를 구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가 이러한 가난한 삶의 현장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성찰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있어서 해방신학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마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많은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라틴아메리카의 불의하고 가난한 상황은 견딜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들은 삶의 한복판과 그리고 삶의 순간순간마다 경험하고 맞이하게 되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불의의 현실 앞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노예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히브리 민중과 다를 바 없는 삶의 모습이었다. 대다수의 라틴아메리카 민중이 당하고 있는 현실은 글자 그대로 노예의 삶의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출발하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에 대한 선포와 복음적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가를 성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이 교회의 사역과 존재의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해방신학이 당면한 지역의 가난은 단순한 가난이 아니었다. 이 가난은 고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중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적 가난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당면하고 있었던 가난은 “배려와 감성”이 결여된 가난이었으며 포기된 가난이었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가톨릭 국가였으며 대다수 국민들이 그리스도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한 가난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사회적 현실에 주목하였다.

가난, 신앙과 문명 발전 단계의 문제

다른 한편 주교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가난에 대하여 성찰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가난이 극복되어 질 수 있는 가난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근대 서구 문명이 -북반구 지역의 국가들이 성취한 것처럼- 경제발전과 정치사회적 발전을 가능케 하는 방법과 도구를 발견하였다고 믿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들은 라틴아메리카의 가난의 현실에 직면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가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한편으로 신앙의 문제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 근대문명의 발전 단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가난에 대한 신앙적 그리고 근대문명의 발전 단계라는 측면에서, 해방신학은 그의 영성적이며 근대문명적인 특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음 글에서는 해방신학을 태동케 하였던 가장 근원적인 경험인 가난의 문제를 세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 볼 것이다.

첫째는 가난한 이는 누구인가, 둘째는 그리스도교적 자선의 형태에 대하여, 그리고 가난의 현실에서 중생의 의미를 다루어 볼 것이다. 이러한 가난과 관련된 주제는 해방신학의 전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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