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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성서, 왜 필요한가
김인주 목사  |  제주봉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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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7  08: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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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성서, 왜 필요한가

김인주 목사(제주 봉성교회)

제주의 언어로 성서를 번역하면 어떠할까. 성서의 일부를 제줏말로 옮겨서 출간한 일은 있었다. 근래에 어느 교회에서는 설교의 기본 본문이 되는 부분을 번역해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한다. 제주의 교회가 힘을 합해 이를 조금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에 일고 있다. 모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주어로 된 번역성경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과연 번역이 필요한가'. 이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제기한다. 50년 넘는 근대화와 표준화 교육에서 제주지역은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각급 학교 교실에서 제주어는 오랫동안 발을 붙이지 못했다. 교사든 학생이든 사투리를 혹여 쓰게 되면 놀림감이 되곤 했다.

신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제주말이 새롭게 공부해서 습득해야 할 외국어가 돼버렸다. 손쉽게 그리고 유창하게 구사되는 표준어의 틈새에서 제주어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받아 멸종위기에 놓인 언어로 꼽히는 신세다.

서울말 성경을 해독할 수 없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제주어로 번역해야 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성서번역의 과제는 문화선교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외래종교로서 제주땅에 발을 내딘 기독교는 100여년 동안 이 땅에서는 낯선 문화를 소개하고 도입했다. 심지어는 강요한 측면도 있었다. 최소한도 신도들에게는 말이다.

이제 제주사회와 문화전통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며 대화하기 위해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신앙인들에게는 경전이 되는 성서를 번역하는 과제는 여기서 생겨난다.

또한 인류 최고의 고전이 되는 작품을 제주어로 번역하면 오랫동안 활용될 수 있고 제주어 보전에도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 비신앙인들에게는, 특히 제주어를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제주어를 배우려는 이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에 건너간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구태여 영어를 익힐 필요는 없었다. 중간 관리자가 이탈리어를 잘 알기에 의사소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두번째 세대는 밖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고 가정에서는 부모의 언어를 익히면서 자랐기에 또한 불편하지 않았다. 세번째 세대가 자라나면서 영어만 배우게 됐다. 은퇴한 할아버지 세대는 은퇴한 이후 손자와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영어를 배우게 됐다. 세번째 세대에 와서는 두번째 세대가 잊어버리려 했고 버린 것을 다시 관심을 갖고 찾게 된다. 이른바 '한센의 법칙'이다.

제주의 교회가 제주의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러한 틀에서는 쉽게 이해된다. 대다수의 신앙인들은 전통사회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신앙의 첫 걸음으로 알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큰 갈등을 빚은 경험이 아픈 상처로 남아있기도 하다.

아직도 전통문화와는 크게 대립하는 것이 제주교회의 기본적인 정서다. 이들을 설득해 이 계획에 참여하고 후원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마가복음」이 제주어로 번역되고 활자화된 것이 벌써 30년이 지난 일이다. 그때의 감동이 새롭게 다가온다. 연전에는 제주어보전회의 협력으로 새로운 작품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출발하는 번역작업에서는 성서원어와 제주어가 보다 밀착된 작품이 됐으면 한다. 두 언어가 모두 간결하게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원문의 문체가 번역에서도 유지되도록 애써야 하리라 본다.

원문에서 제주어로 직접 번역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는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결정적인 약점이다. 제주어로 정착된 성서는 중역을 통해 완성될 경우, 그 가치가 반감할 것이다. 임승필 신부(1950~2003)는 제주인으로서 1979년 사제서품 받은 후 성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매진했다. 그 결과, 한국 천주교의 역사에서 성서번역 분야의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새삼 그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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