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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교수의 국정화론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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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30  17: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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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홍 교수의 국정화론에 대한 유감

김진호 목사(제 3시대 그리스도연구소 실장) 김 목사는 한신대를 졸업하고 시사잡지 당대비평 편집장을 지내고 신학전반에 왕성한 저작활동을 하는 재야 신학자다.  저서로는 반신학의 미소, 리프팅 바울이 있다.  이 글은 지난 11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올린다.

장신대 김철홍 교수가 국정화를 지지하면서 쓴 글이 화제다.
양미강 목사가 링크해준 그의 글을 보았고, 차정식 교수의 비판에 대한 반비판을 보았다. 차 교수가 썼다는 글은 찾아놓았지만 짧은 글임에도 찬찬히 읽을만한 시간이 녹록치 않아 미뤄두었다.

아무튼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김 교수의 비판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흥분하여, 균형을 잃을 느낌이다. 검인정 교과서를 검토하지 못한 나로선 그의 말로 내용을 추정해야할 뿐이지만, 그의 논지대로 김용섭류의 자본주의맹아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듯 싶다. 그런데 그는 이것은 마르크스주의 사관이며, 그것은 실패한 사관이고 또한 유해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 같다.

그가 이미 답을 내린 뒤에 쓰고 있는 대안이라는 것은 국정화다. 검인정 제도를 보완하여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것은 한가한 생각이라는 것이 그의 논지인듯 싶다.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이 처절하게 실패한 것은 한국 사학계와 역사교사들이 이념에 함몰된 좌파 지식인, 아니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닌 이념가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하여 지금은 전쟁의 시기이니 죄파가 장악하고 있는 검인정제도를 철폐하고 국정화를 추진하여 좌파 이념가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글을 나름대로 요약하면서 다시 보니 민망하다. 그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모르나 이런 투의 화법이 그의 일상적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맑스주의의 역사발전 단계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욱이 자본주의 맹아론 같은 맑스와는 다른 길을 간,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이 입론화한 아시아적 생사양식 운운하는 주장에도 공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맑스주의 이론에서 경청할 것이 매우 많다는 것 또한 공감한다. 물론 맑스의 영향망 안에서 이론적 논의를 편 사상가나 역사가의 대열에서 내가 명함을 내밀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김철홍 교수는 이 세상에는 맑스주의 이론이 얼마나 다양하고, 특히 자신이 요약하고 있는 1980년대 학생들이 생각했던 역사발전 단계론과는 다른 단계론적 논의에 대한 찬반의 이론들이 얼마나 다양할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오늘날 더 많은 연구자들은 맑주주의적 이론과 비맑스주의적 이론을 연계시켜 해석하는 수정이론들로 세계의 많은 것들을 논하고 있다. 설마 공부가 직업인 대학교수가 이런 정도의 사실을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서술들을 맑스주의 이론이라고 단언하고, 맑스주의는 폐기되어야 하고 유해하다는 식의 가정 아래서 옳고 그름을 주장하는 방식의 근본주의적 논변은 삼갔으면 좋겠다. 그것은 맑스주의자들을 욕보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욕보이는 것이다.

하나 더 얘기해야겠다. 이런 논의들은 검인정제도냐 국정화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서로 자신의 주장을 위해 강력한 어조로, 심지어는 화가 치밀어 오른 사람처럼 격한 모욕적 표현으로 상대편을 비난한다. 특히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들이 몹시 화난 사람처럼 말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화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교과서 제도를 간략히 얘기하면 국정교과서제도, 검인정교과서제도, 자유발행제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 것은 서구의 여러 나라들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일단 제껴두자.

검인정제도도 다시 둘로 나뉜다. 검정에 강세를 두는 것과 인정에 강세를 두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이 전자에 속한다면 미국 교과서는 후자의 편에 있다. 그것은 국가의 시각이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른 것이다. 전자는 국가가 집필기준을 제공하고 그 기준에 맞추어 쓴 것인지를 검정하는 것을 말한다. 후자는 저작 과정에 국가는 일체 개입하지 않으며 다만 그 결과물에 대해 국가가 인정하는 제도다.

그러니 전자의 경우 국가는 다양한 학문적 가설 가운데 어느 범주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일종의 학문의 조정자 역할을 필요로 한다. 알다시피 조정자란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협상의 매개 역할을 하는 이를 말한다. 아마도 이때 국가의 조정에서 중요한 기준의 하나는 사회통합일 것이다.
한데 한국이나 일본 같은 극우주의 정부는 이런 조정자 역할에 회의적이다. 해서 국가가 조정자이기보다는 의견제시자가 되고자 한다. 아베 정부가 먼저 그런 태도를 보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국가가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번 국정화 파동에서 보듯 그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는 역사학자의 90%를 적으로 취급하고, 국민을 양분시킨다. 어떤 의도가 깔려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역사교육으로 국민의 역사의식의 성장을 가져오기보다는 퇴행을 낳을 우려가 있다. 현재의 논쟁 양상을 그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무튼 정부를 포함한 국정화론자들은,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정화가 필요한 이유를 교과서의 내용상의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제기한다. 그 문제를 검인정제도로 수정하기 위해서는 지리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빨리 내용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김철홍 교수의 논지에서 보았듯이 국정화론자들이 제시하는 내용에 대한 비판은 성급한 단언과 독선에 의거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그토록 문제시했던, 학문이 역사에 개입할 여지를 의념에 의해 훨씬 더 많이 좁혀놓을 우려가 있다.

물론 현재의 검정교과서도 김교수의 지적대로 과도한 이념에 치우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교수가 지적한 논의는, 단언컨대 학계의 논쟁과는 무관한 얘기다. 그가 30여년 전에 겪었던 학생운동권 내의 논쟁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튼 현재의 검인정제도는 다양한 학문적 토론을 교과서에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국정화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국가가 개입하는 집필 기준 때문에 다양한 학문적 논의가 끼어들 여지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윤해동 교수의 주목할 만한 문제제기를 하나 더 얘기해야겠다. 현재의 검인정제도는 국가의 부적절한 개입이 문제일 뿐 아니라 자본의 개입 또한 문제라는 것이다. 가령, 현재의 제도는 출판사가 시제품을 만들어 검증 절차를 밟아야 교과서로 인정될 수 있는데, 이때 시제품 제작의 비용이 족히 1~2억이나 든다는 것이다. 국가는 대자본에 교과서가 매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출판계의 거대자본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할 때 자본과 결탁하는 돈정치에 무관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관행을 낳는다는 것이다.

학문 중에는 실용적 가치를 교육시키는 데 강세가 있는 학문이 있다. 한데 내가 생각하기에 역사는 시간을 통한 비평과 성찰의 능력을 키우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특정한 이념이나 억견을 담아내는 데 치우치는 것이 아닌, 비평적 사유의 성숙을 위한 내용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나는 이런 내용과 형식을 위해 역사학 논쟁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논쟁 과정이 적을 무력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설전이 아니라 논쟁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생각을 성숙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관련기사]

김동호 목사 국정화 반대의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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